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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다, 해녀이다”… 제주 어멍의 삶 앨범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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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다, 해녀이다”… 제주 어멍의 삶 앨범에 담다

입력
2019.03.06 18:26
수정
2019.03.06 21:4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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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도해녀합창단 앨범 출시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일 오후 7시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하도어촌계 사무실 2층 회의실에서 하도해녀합창단이 지휘자인 방승철씨의 지휘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일 오후 7시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하도어촌계 사무실 2층 회의실에서 하도해녀합창단이 지휘자인 방승철씨의 지휘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영헌 기자.

“나는 바다다. 나는 엄마다. 나는 소녀다. 나는 해녀이다.”

지난 1일 오후 7시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하도어촌계 사무실 2층 회의실에서는 하도해녀합창단 소속 ‘해녀 어멍(어머니)’들의 노랫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오는 5월 국회에서 있을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날 합창단원들이 부른 ‘나는 해녀이다’라는 곡은 꽃다운 어린 소녀시절부터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생을 깊은 바다에 들어가 물질(해산물 채취작업)을 하고, 밭일을 하면서 가족들을 지켜야 했던 자신들의 이야기다. 대중음악가이자 해녀합창단 지휘자인 방승철(48)씨가 합창단 회장인 최경저(66)씨와 밥을 먹다가 지나가는 이야기로 털어놓은 사연을 듣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

최씨는 “해녀들은 삶이 고달프고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바다에 들어가 물질을 하면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면 쌓였던 감정들이 풀린다. 해녀들이 물에 들어갔다 오면 시원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아무 생각 없이 말했는데 지휘자 선생이 노래로 만들어 들려줄 때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일 오후 7시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하도어촌계 사무실 2층 회의실에서 하도해녀합창단이 지휘자인 방승철씨의 지휘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난 1일 오후 7시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하도어촌계 사무실 2층 회의실에서 하도해녀합창단이 지휘자인 방승철씨의 지휘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영헌 기자.

50대 중반부터 최고령 74세까지 현직 해녀 25명으로 구성된 하도해녀합창단과 지휘자 방씨는 9개월여간 작업 끝에 최근 ‘나는 해녀이다’ 앨범을 제작ㆍ발매했다. 이 앨범에는 물질 나가는 해녀들의 힘찬 모습을 노래한 ‘해녀 물질 나간다’, 친구들이 섬을 떠나가도 자신은 남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해녀를 사랑한 돌쇠’, 한번은 꼭 백두에 가서 노래를 하고 싶다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백두까지’ 등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7곡이 수록됐다. 이들 노래들은 제주로 이주한 방씨가 2015년부터 지인의 소개로 하도해녀합창단 지휘자를 맡은 이후 해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합창단원들은 ‘나는 해녀이다’ 등 자신이 살아왔던 기억을 노래로 끄집어낼 때 가끔 눈물을 쏟기도 한다.

앨범 녹음 작업도 쉽지는 않았다. 녹음실도 따로 없어 어촌계사무실 2층 회의실에 기자재를 모두 갖고 와 녹음을 했다. 제주지역에 25명이나 되는 합창단원 전체가 들어갈 수 있는 녹음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녹음도 수십, 수백차례 지웠다가 다시 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또 단원들은 악보를 보는 방법을 몰라 방씨가 노래를 녹음한 것을 들려주면 따라 부르면서 배웠다. 무엇보다 낮에는 물질과 밭일을 하다 저녁에 모여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힘은 들었지만, 단원들 모두가 흥이 많고 적극적이어서 녹음작업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방씨는 “합창단 해녀 어머니들도 평생을 힘들게 살아오셨지만, 의외로 흥이 넘치고 즐겁게 사신다. 또 해녀들이어서 호흡도 길어 노랫소리가 순수하고 힘이 넘쳐 더 많은 감동을 준다”며 “기억력도 좋아 앨범에 수록곡 7곡 외에도 14곡 정도는 언제 어디서나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 외우고 있다. 앞으로도 해녀 어머니들이 지금처럼 큰 욕심 없이 즐거워지기 위한 노래를 불렀으면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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