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5월 총선을 앞둔 인도에서 각 지역 야당들의 단일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집권 인도인민당(BJP)을 이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아성을 깨트리기 위해 야권 내 경쟁보다는 ‘반(反)모디’의 깃발 아래 뭉치고 있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양대 정당인 사마즈와디당과 바후잔사마즈당은 최근 BJP에 대항하는 선거연합을 결성했다. 이들 두 정당은 ‘힌두의 심장부’로 불리는 이 지역의 패권을 놓고 오랫동안 다툼을 벌여 왔는데, 모디에 맞서고자 ‘적과의 동침’도 감수하는 셈이다. 또, 서벵갈주에서도 유력 정당의 주도하에 수천명의 반모디 세력이 ‘인도 연합(United India)’이라는 이름으로 결집하고 있다.
인도 곳곳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선거연대는 모디 총리가 그만큼 ‘강적’이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BJP를 대승으로 이끌었다. 그 후 5년간 보수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인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세계 6위로 프랑스를 제쳤고, 매년 7%대인 GDP 성장률도 이미 중국을 추월했다.
최근 파키스탄과의 무력충돌에서 드러난 모디 총리 특유의 과감한 결단력도 야권한테는 총선과 관련,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자살폭탄 공격으로 인도 경찰 40여명이 사망하자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한 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공습을 결정했다. 군사적 충돌 이후 모디 총리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테러리스트 공격’을 명분으로 수십 년 만에 파키스탄 본토 공격을 단행한 모습이 인도 국민의 애국심을 독려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반대파는 “모디의 리더십은 독단적인 데다, 주요 정책 결정에 힌두 민족주의적 색채를 짙게 반영해 다종교국가인 인도의 정체성을 해친다”고 비판한다. 또, 모디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극빈층,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한다. 보수 우파를 표방하는 BJP는 실제로 기업친화적이고 사회복지예산을 줄이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야권의 공세에도 불구, 모디 총리에 맞설 만한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WSJ는 평가했다. 이 매체는 본래 각종 정당이 치열하게 난립해 온 인도 정치권에서 모디 총리의 독주도, 야권의 결집도 “일반적 상황(normal state)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나마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제1야당 인도국민의회(INC)의 라울 간디 총재도 다른 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뿐,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반모디’ 기류가 강한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야권연합이 승리할 경우, BJP의 의석을 절반 이상 줄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현실화한다면 “모디 총리의 두 번째 임기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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