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ㆍ38노스 “엔진시험대 등 재건”… 일부시설 국한, 北 ‘포스트 하노이’ 판 깨지는 않을 듯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움직임이 5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연구소들에 의해 포착됐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지난해 7, 8월 북측이 대미 신뢰 구축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해체했던 시설이다. 북측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전후로 이를 복구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대북 제재 완화의 대가로 높은 수준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을 향해 압박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북한 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를 통해 지난 2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수직 엔진시험대와 발사대의 궤도식 로켓 이동 구조물에서 재건 동향이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CSIS의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과 빅터 차 한국석좌는 “주로 닫혀 있던 연결타워의 덮개도 열려 (상공에서) 발사대가 보인다”며 “이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도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 사이 레일식 이동 건축물이 재조립되고 있으며 벽과 새로운 지붕도 추가됐다”며 유사한 분석을 내놓았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앞서 우리나라 정보기관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동창리 발사장) 철거 시설 중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 지붕과 문짝을 달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CSIS가 재건 중이라고 지목한 수직 엔진시험대는 탄도미사일과 우주 발사체 엔진을 시험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시설로 알려져 있다. 궤도식 구조물 역시 미사일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중요 시설이다. 북측은 지난해 7월 말과 8월 사이 두 시설을 부분 해체해 국제사회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는 첫 단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2016년 2월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되는 등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과시하는 장소여서, 해체 당시 미국을 향한 화해 제스처이자 본격적인 비핵화 전 신뢰 구축 조치로 해석됐었다.
북미 협상에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복구되는 것은 북측이 미국과 협상 재개 전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측으로부터 ‘영변 핵 시설 폐기 이상의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대북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답변을 들은 북측이, 제재 완화를 앞당기기 위한 압박 차원에서 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실제 회담 직후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했음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해제하지 않는 미국 계산법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은 ICBM 발사에 가장 민감한 상태인 만큼 북한이 ‘언제든 다시 발사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냄으로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미 기조를 틀어 ‘항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발사장 재건 움직임이 일부 시설에 국한된 데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귀국하기도 전에 미국을 자극할 만한 결정을 내리긴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또 동창리 발사장 재건이 하노이 회담일인 지난달 28일 이후에 시작됐는지도 불분명하다. CSIS 측은 최신 일자인 2일 위성사진만 제시한 상태며 38노스는 재건 시점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까지 기간을 폭넓게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정보위에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대비해 동창리 발사장을 폐기할 때 극적 효과를 높이고자 시설 복구에 돌입했을 수 있다”고 보고하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o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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