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하직원 리스트에 ‘V자’ 체크 표시를 하는 방법으로 승진 인사에 개입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직권남용죄가 인정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비슷한 상황이라 눈길을 끄는 판단이다.
6일 법원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김동욱 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오규석(61) 기장군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오 군수는 2015년 7월 5급 승진인사를 앞두고 자신이 미리 정해둔 17명의 승진 대상자 명단을 인사위원회에 보내 그대로 인사가 이뤄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때 오 군수는 인사 실무 담당자가 승진후보자 49명의 명단을 가져오자 이름 옆에다 V자 체크를 하는 방식으로 승진대상자 17명을 낙점했다. 김 판사는 “승진자 추천 방식으로 사실상 승진자를 독자적으로 결정했고 이로 인해 인사운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마련된 인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주목 받는 것은 오 군수 사례가 양 전 대법원장과 겹쳐 있어서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는 불이익을 줘야 할 판사들 이름 옆에 직접 V자 체크를 하는 방식으로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양 전 대법원장은 승진누락이나 좌천성 전보처럼 구체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았기에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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