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팀은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가을 야구’ 막차 티켓을 6위로 아쉽게 놓친 김한수(48) 삼성 감독은 3년 계약 마지막 해인 이번 시즌 중요한 기로에 섰다. 2016년부터 내리막을 탄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느냐에 따라 자신의 거취도 달렸다.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장소인 아카마 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캠프 초반 구상한 대로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고, 큰 부상 없이 체력을 키웠다”면서 “올해 역할을 해줘야 할 투수들도 마지막까지 경쟁 체제를 잘 구축했다”고 밝혔다.
일단 타선에서 전력 보강 요인은 뚜렷하다. 거포 자원인 김동엽을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미국 야구에서 뛰었던 해외파 출신 이학주도 획득해 타선의 구색을 갖췄다. 특히 지난 2년간 SK에서 49홈런을 쏘아 올린 김동엽이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가면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
정교함이 부족하고, 유인구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동안 삼성이 목말랐던 ‘한 방’을 갖춘 선수라 김 감독의 기대도 크다. 김 감독은 “(김)동엽이는 기본적으로 지명타자를 하다가 좌익수도 종종 볼 것”이라며 “워낙 성실하고 재능 있는 선수다. 볼을 더 잘 보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비 포지션도 윤곽이 나왔지만 키스톤 콤비를 이룰 이학주와 김상수의 정확한 자리는 캠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음에도 정하지 못했다. 둘은 연습경기에서 번갈아 유격수, 2루수를 맡아 호흡을 맞추는 중이다. 2009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김상수는 삼성의 상징성이 있고, 이학주는 기본 자질이 특출하다. 야구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자기 힘으로 트리플A까지 올라갔다는 자체로 기본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누가 유격수를 맡을 지는 시범경기까지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아직 풀리지 않은 김 감독의 추가 고민은 마무리투수다. 지난 시즌 불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최충연은 선발로 전환했고, 마무리였던 심창민은 군 입대를 해서 뒷문이 비었다. 올해 소방수 후보는 베테랑 사이드암 우규민과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장필준 두 명이다. 둘은 몸 상태를 천천히 끌어올리고 있어 캠프에선 실전에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규민과 장필준은 시범경기 때 던질 예정”이라며 “마무리도 마찬가지로 그 때 던지는 걸 보고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력 구상을 대부분 맞춘 팀들과 달리 여전히 물음표가 많은 탓에 김 감독은 말수가 적었다.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를 할 때까지 기르지 않았던 수염을 이번에 자르지 않고 텁수룩하게 기른 것에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
선발은 외국인투수 저스틴 헤일리, 덱 맥과이어가 연습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선발 후보였던 고졸 2년차 양창섭이 캠프 도중 낙마해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되는 악재를 만났다. 나머지 두 자리는 최충연과 베테랑 윤성환이 꿰찰 것으로 보이며 5선발을 두고 최채흥, 백정현 등이 경쟁할 전망이다. 김 감독은 “(양)창섭이가 빠지긴 했지만 투수진은 체계적으로 잘 유지하고 있다”며 “토종 선발들은 경쟁이 진행 중이라 누가 앞서 있다고 이름을 언급하기 그렇다”고 했다. 불펜은 기존 1군 자원인 권오준, 김대우에 신예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김 감독은 캠프 기간 성장을 한 투수로 문용익과 홍정우, 김시현을 언급하며 “중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소개했다.
오키나와=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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