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금 100억원 납부… 해외 언론선 ‘인질사법’ 비판도
특별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6일 오후 10억엔(약 100억원)의 보석금을 납부, 일본 도쿄(東京)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지난해 11월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된 이후 107일 만이다.
도쿄지방법원은 전날 곤 전 회장 측의 세 번째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이에 불복, 준항고했지만 기각됐다.
법원 측은 보석 조건으로 곤 전 회장의 주거지를 도쿄도(都) 내로 제한했고, 해외여행과 사건 관계자와의 접촉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증거 인멸 방지를 위해 거주지 현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카메라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휴대전화는 인터넷이나 이메일을 사용할 수 없는 기종을 사용해야 하고 컴퓨터는 변호인 사무실에서만 사용하는 등의 조건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은 보석 승인이 난 전날 프랑스에 있는 가족 대리인을 통해 “나는 무죄이며 터무니 없는 혐의에 대해 나를 지키기 위해 재판에 단호한 결의로 임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언론들은 곤 전 회장의 보석을 긴급 타전했다. 곤 전 회장은 이날 오후 군청색 작업복에 파란색 모자와 안경, 마스크 차림으로 구치소 현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교도관들에 둘러싸여 주차돼 있던 미니 버스에 탑승해 구치소를 떠났다. 취재진의 눈을 피하기 위해 공사 작업자처럼 보이도록 복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이를 ‘변장’이라고 표현하면서 “곤 전 회장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안경 속의 날카로운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08일에 걸친 곤 전 회장의 구속기간과 관련해 해외 언론에선 ‘인질 사법’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특수부 수사 사건에서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면 풀어주고 부인하면 인신 구속이 길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인신 구속에서 풀려나기 위해 혐의 인정을 압박하는 일본 검찰의 관행을 꼬집은 것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곤 전 회장의 보석 결정과 관련해 “장기 구금에 대한 해외의 비판 여론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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