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꽁지머리’ 김병지(49)가 서울시축구협회장 선거에 도전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6일 경기 구리시 한 카페에서 본보와 만나 “서울시축구협회장 출마 의지를 굳혔다”며 “그간 사회공헌 활동 및 유소년축구 사업,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쌓아 온 경험을 토대로 협회를 이전보다 투명하고 내실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의 엘리트축구와 생활축구를 통틀어 관장하는 서울시축구협회는 지난해 7월 최재익 전 회장과 집행부가 각종 송사에 얽히는 등 내부 문제로 물러난 뒤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하면서 그 해 11월 27일 서울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서울시축구협회는 그간 불투명한 재정운영과 인사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내부 구성원간 갈등이 커지면서 제 기능을 충분히 해 내지 못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축구협회 수장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건 자신의 꿈인 구단주에 대한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면서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픈 마음에서다. 그는 “당선된다면 다른 지역단위 축구협회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물론 실패도 각오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어느 검색사이트에서든 ‘서울시축구협회’를 검색하면 이 조직에서 어떤 업적을 쌓았는지 알 수가 없다”라면서 “각종 사업과 사회공헌을 통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의 조직에서 조금 더 긍정적인 일을 펼쳐보고 싶다”고도 했다. 현재 협회장 선거엔 김 이사장 말고도 최 전 회장 측 인사를 비롯해 3, 4명의 축구계 인사가 출마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협회장에 당선 되더라도 자신의 뜻을 조급히 펼치진 않을 참이다. 이는 김병지축구교실과 유튜브 채널 ‘꽁병지TV’ 등을 내실 있게 키워내면서 얻은 교훈이다. 그는 “내가 당선된다고 갑자기 모든 게 획기적으로 바뀌진 않을 테지만, 그간 차근히 목표를 이뤄온 경험을 발휘 한다면 6개월만 지나도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이 분명 눈에 보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유명 선수의 도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감내할 각오도 돼 있다. “유명인이 수장으로 당선 됨으로써 조직을 지켜보고 견제하는 시선이 많아진다면 조직은 더 투명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엘리트체육과 유소년, 생활체육의 조화 속에 건강한 성장의 발판을 직접 만들어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지난 1992년 프로무대에 데뷔해 2015년까지 24시즌간 프로 선수로 뛴 김 이사장은 K리그 역대 최다인 706경기 출장이란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4년 11월엔 귀화 골키퍼 신의손(59)이 가지고 있던 현역 최고령 기록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레전드 골키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은퇴 후 경기 구리시ㆍ남양주시 일대 여러 곳에 김병지축구교실을 운영하며 지역 유소년축구선수들을 배출했고,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직접 개설해 축구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아내와 함께 1999년 장기기증 서약을 한 것을 시작으로 장애청소년 축구클리닉, 소방공무원 자녀 장학금 후원, 다문화가정 및 군부대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며 지난달 ‘대한민국사회공헌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시축구협회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선거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며 “절차 관련 논의가 끝나는 대로 후보자 모집 공고 등 정확한 선거일정을 공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리=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ibo.com
권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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