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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정가] 마음은 벌써 총선… 도마 오른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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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정가] 마음은 벌써 총선… 도마 오른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

입력
2019.03.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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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지난 1월 9일 오전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광산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문학과 안전 그리고 행정혁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 후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지난 1월 9일 오전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광산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문학과 안전 그리고 행정혁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 후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소설 쓰는 공무원.’

지난 1월말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에겐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프랑스의 예술을 소개하는 책 ‘파리에서 온 이메일’을 출판한 덕분이었다. 239쪽 분량의 이 소설은 정 부시장이 2011년 펴낸 ‘세느 강에 띄운 e편지’의 개정판이다. 그는 2009년 2월부터 2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표부 주재관으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이 책을 썼다. 줄거리는 대기업 파리 주재원이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를 온라인에서 알게 되고 프랑스 문화ㆍ예술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솔메이트로 발전하는 내용이다. 이런 소설 구성에 대해 “혹시 자전 소설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면 정 부시장은 “가훈이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자’였다”고 받아치곤 했다. 어찌됐든 직원들의 반응은 “대단하다”는 게 주류였다.

그러나 요즘 그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역시 소설 탓이다. 적잖은 간부 공무원들이 정 부시장의 소설책을 5~10권씩 구매한 뒤 직원 등에게 나눠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한 직원은 “내년 총선 출마설이 돌고 있는 정 부시장에게 재정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에게 눈도장이라도 찍으려고 직원들이 책을 사주는 것 아닌가 싶다”고 씁쓸해했다. 이에 대한 한 간부의 시각은 좀더 직설적이다. “공무원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책을 냈으면 몇 권씩이라도 사주고 아부도 해야 하지 않겠냐. 그게 공무원 심리다.”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지난 1월 개정판으로 출간한 소설 ‘파리에서 온 이메일’ 표지.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지난 1월 개정판으로 출간한 소설 ‘파리에서 온 이메일’ 표지.

이 같은 ‘책 사주기’는 일부 시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이뤄졌다. A공공기관은 지난달 초 간부급 직원들에게 1권에 1만4,900원하는 정 부시장의 소설책 10권씩을 나눠주고 책값으로 15만원씩을 걷었다. 물론 “책을 사줬으면 좋겠다”는 해당 기관장의 ‘권유’가 있은 뒤였다. 광주시 공무원들과 산하 공공기관 간부들의 책 사주기가 과연 선의일까 하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정 부시장의 책을 부서의 사무운영비로 샀다”, “책 장사를 하고 있다”는 등의 소문까지 돌자 광주시공무원노동조합이 사실 확인에 나서기도 했다. 정 부시장은 소설책 판매량에 따른 인세(印稅)를 지급받지 않는 대신 그만큼 책을 추가 발간해 주변에 나눠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시장이 8년 만에 개정판을 내고 최근 공무원 등을 상대로 한 강연을 통해 은근히 책을 홍보하고 있는 것을 두고도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예컨대, 강연에서 질문을 하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소설책을 선물로 준다거나, 책 내용을 물어보는 식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오고 있는 정 부시장의 특강 행보를 읽는 키워드는 ‘2020년 4월 총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 후보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용섭 광주시장의 암묵적 동의 속에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함으로써 총선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 부시장이 작년 말 대민(對民) 업무가 많은 자치행정과를 자치행정국 내 선임부서로 바꾼 것도 이를 통해 대외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뒷얘기도 있다. 이 때문에 정 부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광주시정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 하위직 공무원은 “정 부시장을 보면 정치인인지, 행정가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며 “마음이 콩밭(총선)에 가 있는 그가 올해 안에 옷을 벗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서인지, 정 부시장은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예스터데이 이즈 히스토리, 투모로 이즈 미스터리(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Mystery)”라고 했다. 화법으로만 친다면 그는 이미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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