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카베(SKB) 김모(69 추정) 사장은 베일에 가려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봉제사업을 20년 넘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련 협회나 모임엔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태 초기엔 정확한 연락처를 아는 이조차 찾기 어려웠을 정도다.
기자가 어렵게 확보한 번호로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한국에서 전화를 건 것처럼 인터넷전화(070)를 이용했더니 금세 받았다. “김 사장님이냐”고 묻자 잠시 뜸을 들이던 수화기 너머 남성은 “누구시냐”고 되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는 “나는 그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일단 끊고 다시 전화한 뒤 재차 확인했으나 같은 답을 했고, 마지막으로 물었을 때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너무도 태연했다.

이후 그 번호를 통해 확보한 인물 사진을 인도네시아 현지 SKB의 원청업체 직원과 SKB 직원들에게 보여줬다. 사진 속 주인공은 “김 사장이 맞다”고 모두 확인해줬다. 그간 연락이 닿지 않던 김 사장은 최근 인도네시아에 남은 한국 직원에게 자산 매각 관련 위임장을 써줬다고 한다.
땅 건물 기계 등 회사의 자산가치가 담보보다 세 배나 높아 매각하면 미지급 월급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화도 가능하다는 게 재인도네시아한인상공회의소(KOCHAM)의 판단이다. 그러나 현재 회사 자산을 두고 전 회장인 또 다른 김모씨가 반환 소송을 건 상태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김 전 회장이 승소하면 김 사장의 위임장은 무용지물이 된다.

현지에선 두 김씨가 이면계약을 맺고 서로 짜고 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91년 SKB를 함께 차린 동업자다. 2006년 김 전 회장이 부도를 내고 야반도주하자 김 사장이 회사를 인수한 뒤 지금에 이르렀다. 김 사장이 회사 인수 뒤 김 전 회장에게 매달 송금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송이 진행된 시점이 이번 사태가 커지던 작년 11월이라는 사실도 공교롭다.
두 사람을 잘 안다는 현지 기업인은 “둘은 막역한 사이로 인도네시아에서 매춘과 가짜 양주 판매 등 유흥업으로 떼돈을 벌었다”면서 “당시에도 악덕 업주로 유명했다”고 혀를 찼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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