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포함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다만 아직은 추경이 현실화될지 미지수다. 정부는 우선 예비비 등 기존 재원을 투입한 뒤 지원 규모가 커질 경우 추경 편성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밝혔다. 추경 예산은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용량을 늘리는 지원 사업과 중국과의 공동협력 사업을 펼치는 데 쓰일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미세먼지 마스크 등 취약계층 지원대책에 예산이 필요할 경우 긴급 추경을 편성해 대처하도록 야당에 제안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예비비 등 기존 재원을 우선 투입한 뒤에 추경편성은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일차적으로는 기존 재원으로 최대한 대응하고, 부족한 것은 요건이 맞으면 추경안 편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추경 발언은)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할 거라는 의미"라면서도 상반기 내 추경안이 나오냐는 질문에는 "그건 더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기재부는 우선 미세먼지 대책이 추경편성 요건에 맞는지부터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상 추경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등의 중대 변화나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할 지출이 생기는 경우 등으로 제한돼 있다.
미세먼지에 적용할 추경요건을 따진다면 자연재해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황사가 포함되기 때문에 미세먼지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급격히 위축된 소비심리를 이유로 ‘경기대책’ 추경을 편성한 전례로 미뤄 이번에도 경기대책 추경을 편성할 개연성도 없진 않다.
추경의 규모와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공기정화기 대수를 늘리거나 중국과의 협력 사업’에 통상 조 단위로 편성되는 추경 재원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 이후 16차례 추경 중 가장 규모가 적었던 경우도 재해대책용이었던 2006년의 2조1,549억원이었다. 교육 당국이 이날 “우선 올해 추경 1,000억원을 편성해 전국 5만개 학급에 공기정화 장치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봐서는 예비비 등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추경의 경우 지금부터 편성하더라도 최소 2~3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급한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예비비는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집행이 가능한 재원이다. 홍 부총리가 “기존 재원을 우선 사용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