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한인 봉제업체 SKB 노조위원장 인터뷰
아무리 노크해도 기척이 없었다. “분명히 안에 있어요.” 옆 구멍가게 주인의 장담에 문을 쾅쾅 두드렸더니 잠에서 막 깬 듯한 바임(29)씨가 문을 열었다. 4일 오전 10시10분.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한 골목에 자리잡은 조그만 사무실은 내부의 눅눅한 열기 때문에 들어가는 게 망설여졌다.
㈜에스카베(SKB) 노동조합(GSPMII) 사무실은 밤엔 두 청년의 침실, 낮엔 노조원들의 투쟁본부로 쓰인다. 월세 4만원, 3㎡쯤 공간에 주전부리통 몇 개, 물병 몇 개, 재떨이 두 개, 해진 이불과 베개, 배터리 충전기가 있다. 책상이나 컴퓨터, 인쇄기, 팻말은 없다. 밤늦게까지 일한 바임씨가 한참 일하고 있을 트리하르얀토(28) 노조위원장을 호출했다. 급히 나타난 그와의 일문일답.
-SKB는 노조가 여러 개라고 들었다.
“두 개다. SPN에 1,200명, 우리 노조에 700명 정도 소속돼 있다. 이번에 월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3,405명이다. 그중 정규직과 계약직은 1,200명이다. 나머지는 시급 998원을 받는 용역이다.”
-언제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나.
“작년 8월부터 월급이 미뤄졌다. 10월엔 ‘미스터 리’(이모 이사)가 돈이 없다고 말했다. 믿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주문도 받고 수출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이 돈을 들고 튄 거다. 그 뒤에도 주문이 들어와 일을 했기에 월급을 받을 줄 알았다. 그 돈(5억6,000만원)은 미스터 리가 가져간 걸로 안다.”
-요구 사항은.
“두 달치 월급 지급과 퇴직금 정산이다. 공장 노동자의 85%가 여성이다. 다른 곳엔 취업을 할 수 없는 40대 이상이 대부분이고, 싱글맘도 많다. 그래서 무엇보다 공장이 다시 가동되기를 바란다.”
-사장이 잠적했는데 그게 가능한가.
“땅이 있고 기계가 있으니까, 다른 곳보다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 누가 사서 월급을 돌려받게 되고 공장도 정상화하길 바란다.”
-주변 회사들 형편은 어떤가.
“사장이 돈 들고 사라진 한국 회사가 최근 4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의 이미지에 안 좋다. 직원들과 사이좋게 일을 풀어나가는, 좋은 한국 회사도 있다. 배워야 한다.”
사무실에서 제일 비싼 물건이 확성기 같다고 했더니, 트리하르얀토 위원장은 “친구한테 빌린 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종이뭉치를 보여줬다. 노조원 명부였다.
브카시(인도네시아)=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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