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시즌 일정 더 꼬일 듯… KBOㆍ프로축구연맹 등 골머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경남FC와 산둥 루넝(중국) 경기가 열린 5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는 관중 4,229명이 찾아 응원전을 펼쳤지만 어린이 관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반도를 공습한 미세먼지 때문이다. 관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왔던 한 부부는 결국 전반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갔다.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왔다는 고등학생 정민후(17)군은 “막상 와 보니 미세먼지가 심해 앞으로 이 정도라면 관전이 어려울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로 프로 스포츠계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수와 팬을 보호하기 위해 미세먼지 발생시 경기를 취소해야 되지만, 팍팍한 일정상 마냥 경기를 미룰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은 지난해 미세먼지 관련 규정을 개정해 경보가 발령됐거나 발령 기준 농도를 초과하는 상태인 경우 경기의 취소 또는 연기를 결정할 수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선 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로 인해 4경기가 취소됐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며 관련 규정도 만들었지만 마땅히 경기 취소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경기 취소에 따른 일정 조정도 쉽지 않고, 외국팀과의 클럽대항전의 경우 현 상황에서 취소 자체가 안 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최 대회에는 미세먼지에 따른 경기 취소 규정이 따로 없다. 5일과 6일 극심한 미세먼지 속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치러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2일 볼리비아, 26일 콜롬비아와 국가대표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협회는 6일 A매치가 열리는 시간 미세먼지가 최악의 상황일 때 경기를 취소할 수 있도록 내부 입장을 정했다. 협회는 미세먼지 경보 수준을 넘을 때 경기 취소여부를 경기감독관이 판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프로야구도 미세먼지 규정을 강화해 12일 시작하는 시범경기부터 적용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미세먼지 규정은 따로 없지만 ‘악천후 시 경기 운용위원 판단에 따라 대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향후 경기에서 경기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올해 국내외 경기 일정이 팍팍하다는 점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프리미어12를 앞두고 11월 1일 국가대표 선수들을 소집하기로 못 박은 만큼 늦어도 10월 말까지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끝내야 한다. 정금조 KBO 운영본부장은 “일단 이번 기준대로 일정을 진행한 뒤 기상 및 현장 상황, 정부 지침 등을 토대로 추가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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