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1년1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이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ㆍ충청지역 정치인들이 정치 재개를 선언한 이완구 전 총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충남도지사, 집권당 원대대표, 국무총리 등을 거친 지역출신 거물 정치인의 움직임이 내년 총선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총리도 내년 총선에서의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당선을 위한 역할론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대전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국민이 용인해 줄 시점까지 최대한 출마지 결정을 늦추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동지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역할을 숨기지 않겠다”며 “충청권에서 우리가 몇석을 가져갈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이 전총리의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구는 모두 4곳. 충남지역에서 홍성ㆍ예산, 천안갑을 비롯해 세종시, 대전 서구을 등이다. 홍성ㆍ예산은 이 전총리가 처음 국회의원을 시작한 곳이며, 천안갑은 현재 한국당 당협위원장이 공석이다. 세종시는 행정도시 계획 변경을 반대하며 지사직을 사퇴했던 인연을 갖고 있고, 대전 서구을은 대전의 정치 1번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 전총리는 “내 임무는 충청권 동반당선에 있다”며 “동반당선을 위해서는 대전권, 내포권, 세종권, 천안권 모두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어느곳도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해당지역 출마를 꿈꾸는 정치인들이 그의 행보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전총리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역출신 더불어 민주당 정치인들을 띄워주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그 발언도 곱씹어보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먼저 대전 서구갑에서 내리 5선을 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에게는 “큰 꿈을 가져야 한다. 총리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내년 총선에 출마해 한번 더 당선되는 것보다 더 큰 자리를 꿈꿔보라는 얘기지만 결론은 출마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조언’인 셈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에게도 “구청장 시절의 시각과 안목으로 가면 시민이 만족을 못한다”며 “진영논리를 떠나 경험을 전수해 돕고 싶다”고 말했다. 현직 대전시장의 분발을 촉구하며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상대적으로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확인하는 발언이다. 내년 총선 출마후보지로 거론되는 대전 서구을 현역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의원과의 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6,7년 한 것 가지고는 아직…”이라며 체급이 다르다는 점을 우회 표현하기도 했다.
김욱 배재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이 전총리의 중량감으로 보면 어느정도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내년 선거까지 시일이 많이 남아있고 여러 변수들이 작용할 수 있어 선거결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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