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예정 소속사 대표 라디오 출연…장자연 사망 경위 의혹 증폭
유력인사들에게 성상납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내용이 담긴 ‘장자연 리스트’가 배우 장자연씨의 유서가 아니라 법적 분쟁을 위한 대비책이라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다. 동료 배우 윤지오씨의 증언에 이어 이번엔 연예기획사 대표가 입을 열었다.
연예기획사를 운영 중이라고 밝힌 김남형 대표는 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제가 알기로 (장자연 문건은) 유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장씨가 새 소속사를 물색하던 중 계약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장씨와 알게 된 인물이다.
김 대표는 ‘장자연씨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그걸 벗어나려고 만든 문건이냐’라는 질문에 “맞다”며 장씨가 문건을 작성한 경위를 설명했다.
김 대표 주장에 따르면 장씨는 사망하기 전인 2009년 새 소속사로 옮기려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사와 갈등이 빚어지자, 다른 연예계 관계자에게 조언을 받아 훗날 벌어질 법적 대응 및 분쟁을 위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저는 그 문건을 적은 날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며 장씨의 문건이 유서가 아닐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는 전날 장자연씨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언해 온 동료배우 윤지오씨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윤씨는 전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장자연 리스트’가 “(장자연) 언니가 기획사를 나오기 위해 작성된 문건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 공개하고자 쓴 문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쓰여진 문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김 대표는 “저와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당시 소속사와 좋게 얘기가 됐다고 해서 장씨에게 ‘잘 됐다.계약서 잘 풀고 저와 한 번 더 미팅하자’고 했는데, 얼마 뒤 장씨 전 소속사에서 위약금을 더 달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자연씨 입장에선 저와 미팅을 하고 기존 소속사와 잘 정리하려고 했지만 말이 계속 틀어졌다”며 그러던 중 다른 연예계 관계자가 장씨에게 ‘장자연 문건’을 작성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문건을 쓴 날, 장씨가 사망하기 일주일 전쯤 지인을 통해 제게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장씨에게 문건 내용을 물어본 뒤 해당 문건에 대해 “그건 쓰면 안 되는 거고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장씨가 그 문건을 (돌려) 받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장씨에게 문건을 회수할 것을 조언한 이유는 배우가 앞으로 활동하는 데 차질이 생길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장씨가 누구에게 문건을 주고 되돌려 받으려고 했는지는 이날 인터뷰에서 알려지지 않았다.
김 대표가 ‘장자연 문건’을 직접 본 건 장씨가 사망한 날 저녁 옮겨진 병원에서였다. 유족들은 고인의 명예를 위해 해당 문건을 불태웠다고 알려졌다. 김 대표는 “봉은사 옆 공터 어두운 곳에서 불빛에 확인만 하고 바로 거기서 (장자연 문건을) 태웠다”며 “원본인 줄 알았다. 사본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날 장자연씨 문건의 성격이 유서가 아니라 법적 분쟁을 위한 대응책이었다고 처음 주장한 윤지오씨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폭로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윤씨는 “끝나지 않은 고통 속에 숨죽여 살고 계실 피해자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염원으로 책 집필과 인터뷰에 응했다”며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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