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때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북한에서 유명하다"며 사진 촬영을 제의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업무 오찬에서 볼턴 보좌관에게 '북한에서 유명하다'고 말하며 북한 내 강경파 사이에서 볼턴 보좌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고 전했다.
WP는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볼턴 보좌관이 웃음으로 응수했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이 볼턴 보좌관에게 이처럼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은 초강경파로 분류돼온 볼턴 보좌관의 대북 접근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사상 첫 정상회담을 하며 관계개선에 진입하는 와중에 '악역'을 자청해온 볼턴 보좌관과의 관계개선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북한 내 강경파들에게 볼턴 보좌관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부적 회의론을 달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하며 김 위원장과 볼턴 보좌관의 악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접근을 강조하며 대북압박 전면에 나선 가운데 김 위원장의 지난해 발언이 공개돼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관계개선 시도에도 볼턴 보좌관은 오랫동안 견지해온 대북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은 셈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 폭스뉴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었다. 당시 볼턴 보좌관은 "김 위원장이 '(북한의) 강경파들에게 당신이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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