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억대 횡령… “전 회장이 했다” 전면 부인
3년간 아파트 관리비 2억6,000여만원을 빼돌린 전 관리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현수)는 6일 공사업체의 입금표 등을 위조해 관리비 차액을 가로챈 정모(75)씨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입금표를 가짜로 만드는 일을 도와준 전 경리직원 엄모(44)씨와 한모(46)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공릉동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며 승강기 수리 등 보수공사를 시행한 것처럼 공사업체의 입금내역서 130여 장을 위조해 관리비 2억6,580만원을 따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연간 매출이 100만~200만원대에 불과한 설비업체에 4,000만원 상당의 공사를 맡긴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등 범행 수법도 대담했다. 정씨는 이렇게 빼돌린 관리비를 400여 차례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남은 돈은 경리직원들의 계좌에 임의로 보관했다.
정씨의 대담한 범행 뒤에는 공사 이행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출결의 등을 있는 그대로 승인한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박모씨가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2017년 8월 고령으로 사망한 박씨가 정씨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씨는 이미 숨진 박씨가 주범이며 자신이 빼돌린 돈 전부를 박씨에게 전달됐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밀하게 이뤄진 정씨의 범행이 탄로난 것은 그의 수상한 행보 때문이었다. 부족할 이유가 없어 보이던 관리비가 자주 모자란데다 이런저런 대외 거래 때 정씨가 불편한 현금거래만 고집하는 걸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제보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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