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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ㆍ외출 자제 ‘달랑 2개’ 국민건강 대책… 미세먼지만큼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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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ㆍ외출 자제 ‘달랑 2개’ 국민건강 대책… 미세먼지만큼 답답

입력
2019.03.05 20:57
수정
2019.03.06 07: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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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미세먼지 139㎍/㎥ 사상 최악… “국민 보건 방치” 분노

“초중고 공기청정기 설치를” 청와대 국민청원엔 요구 빗발쳐

전문가 “배출량 저감 노력 외에 건강권 보장하는 정책 마련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홍인기 기자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만 봐도 짜증이 나요. 달리기 모임이 있는데 지금 한 달째 못 뛰고 있습니다. 경보 문자가 계속 오는데 안 봐요. 본다고 해결책이 나옵니까. 정부가 미세먼지를 정말 심각한 문제, 재난으로 인식한다면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휴교령처럼 기업도 임시 휴업한다든지 뭔가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죠. 놀리듯이 문자만 보내지 말고요.” (30대 회사원 최준엽씨)

고농도 미세먼지가 역대 최악 기록을 연일 경신하며 전국을 뒤덮으면서 국민들의 분노도 들끓고 있다. 정부가 사상 처음 미세먼지 비상저감경보를 닷새째 발령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지만 상황을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고, 정작 건강을 위협받는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대책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이 ‘마스크 착용’과 ‘재난 문자 발송’뿐이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 단순히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뿐 아니라 건강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빼앗긴 건강권… 시민 분노 고조

사상 최악으로 기록되고 있는 미세먼지 악화로 시민들의 우려는 분노로 커져가는 양상이다. ‘미세먼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5일 오전 0시~오후 5시30분까지 약 17시간 동안 675건이 올라왔다. 특히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학교 등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달라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교육부는 당초 2020년까지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할 계획을 밝혔지만 지난달 기준 10곳 중 2곳은 아직 공기정화장치를 갖추지 못했다. 각 시도 교육청의 재정 상황에 따라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중학교(74.3%)와 고등학교(73.7%)의 미설치율은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 초중고 가운데 단 한 교실에도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학교가 1만2,250여곳에 달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남자아이의 부모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입학식에서 확인한 아이들 교실에는 그 흔한 공기청정기가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면서 “나라의 미래가 될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초등학교에 설치해달라”고 촉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크다. 이날 오후 서울 잠실역 사거리에서 경기도행 광역버스를 기다리던 김연실(55)씨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효과를 느끼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지만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경기도가 광역버스에 비치한다던 마스크도 다 떨어져서 요새는 빈 통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미세·초미세 먼지 농도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울 미세·초미세 먼지 농도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무용지물 문자 알림… 마스크도 각자

시민들은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위협 받는 게 일상이지만, 정부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이면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제한하고 기침이나 목의 통증 등이 있는 사람은 실외활동을 피해야 한다고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사상 처음으로 엿새 연속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면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니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만 발송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별 미세먼지 수치, 비상저감조치 내용, 마스크 착용법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없다. 시민들이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부실한 대책으로 소외 받는 것은 노년층과 실외에서 주로 일하는 근로자 등 취약계층이다. 서울에 살고있는 김영덕(73)씨는 “하루에 2,3번씩 미세먼지 관련 재난문자를 받지만 소득도 없는데 공기청정기 구입은 사치라고 느껴져 미루고 있다”며 “매번 마스크를 새로 구입하기가 어렵고 어떤 종류를 사야 할지 몰라 딱히 재난문자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민들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초미세먼지와 사망자 수에 관한 환경부 연구보고서(2017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2015년 기준 1만1,924명으로 집계됐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은 심혈관 질환 및 뇌졸증(58%)이 가장 많았고 급성하기도호흡기감염 및 만성폐쇄성폐질환(각 18%), 폐암(6%) 등이 뒤를 이었다. 미세먼지가 심뇌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로부터 국민들의 건강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정부가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국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이기 때문에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를 포함해 조기진단을 실시하는 등 정부가 미세먼지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 농도·오염 원인에 따라 질병 발생 위험률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지역 조건에 따라 같은 초미세먼지라 하더라도 독성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질환별 관리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시행된 5일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해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오전 9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 상황. 연합뉴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시행된 5일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해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오전 9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 상황. 연합뉴스

◇매일 최악 경신하는 미세먼지

한편 이날 서울과 수도권의 초미세먼지(PM2.5) 수치는 관측 이래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9시 기준 139㎍/㎥를 나타냈는데, 초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기준인 76㎍/㎥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가 초미세먼지 공식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서울 지역 최고치로 종전 기록이었던 지난달 14일의 129㎍/㎥보다도 높은 역대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한때 세종의 1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64㎍/㎥, 충북은 150㎍/㎥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이날 수도권과 충청권, 전라권, 강원 영서, 제주 등 총 12개 시ㆍ도에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특히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충청권에서는 사상 최초로 닷새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것이다. 한반도는 당분간 미세먼지에 갇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6일도 대기 정체로 국내ㆍ외 미세먼지가 축적되고, 낮 동안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을 나타내겠다”고 예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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