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도 정화한 물처럼 깨끗한 상태로 마셔야 하지 않을까요? 다이슨이 공기청정기를 출시한 이유입니다.”
지난달 28일 싱가포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차에서 내리자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 때마다 한국에선 정부가 ‘외출 자제’를 권고하지만, 과연 집 안과 사무실 등 실내 공기는 믿을 수 있을까.
초강력 무선 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이름을 알린 영국 기업 다이슨은 이 같은 고민에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다이슨은 2008년 말레이시아에 개발 센터를 짓고, 800여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시설로 확충했다. 이곳에서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공기청정기다. 다이슨이 지금까지 공기청정기 제품 연구ㆍ개발에 쏟아부은 돈은 25억 파운드(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이슨은 개발센터를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하며 성과를 자랑했다.
개발 센터에서 만난 피트 더켓 환경제어 기술분야 엔지니어는 “사람이 1분 동안 마시는 공기는 6.25ℓ, 연간으로 따지면 328만5,000ℓ가 넘는다”며 다이슨이 고성능 공기청정기를 개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개발센터의 공기 청정 실험은 가혹한 조건에서 진행된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테스트 큐브’ 실험실엔 담배 연기가 자욱했는데, 엔지니어 더켓 씨는 “인체가 접할 수 있는 12개월 치의 오염 환경을 만들어 3일간 테스트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공기청정기는 암모니아,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VOC는 감지하지 못했는데, 이를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해 공기 질을 향상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이슨은 업계 표준보다 강화한 기준을 적용한 자체 테스트를 진행한다. 현재 업계 표준인 ‘청정 공기 공급율’(CADR) 테스트는 실험실 크기가 약 12㎡인 작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공기청정기를 방의 정중앙에 놓고, 정화된 공기를 방안에 골고루 분산시킬 수 있도록 천장형 선풍기를 돌린다. 한쪽에 센서 하나를 두고 방안 공기 입자 농도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기청정기가 실험실보다 넓은 실제 주거 환경에서 어떤 성능을 보이는지, 정화된 공기를 방안 곳곳에 골고루 분사하는지 측정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다이슨의 엔지니어들은 이를 보완해 ‘폴라’(POLAR, Point Loading Auto Response) 테스트를 고안해냈다. 실제 주거 환경과 비슷한 거실이나 방의 크기인 27㎡의 실험실에서 천장의 선풍기를 제거한 채 공기청정기 성능을 테스트한다. 한국의 평균 거실 크기는 20~27㎡이고, 천정에 선풍기가 달린 거실은 많지 않다.
브락카나 테스트 엔지니어는 “폴라 테스트는 오염을 감지할 수 있는 9개의 센서를 설치해 5초마다 실내 공기 질 데이터를 수집한다”며 “9개 센서를 분석해 해당 공간 전체에서 균일한 공기 정화 성능이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다이슨의 ‘퓨어 쿨 공기청정기’다.
다이슨은 최근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겪는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고려할 때 이 제품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이슨의 지난해 전체 매출 44억 파운드(약 6조원) 가운데 절반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했다. 존 월리스 기술 체계 수석 엔지니어는 “2017년 다이슨 성장의 75%는 아시아 시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이 컸기 때문에 한국 등을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한국 실정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호르바루(말레이시아)=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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