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5일 한국당이 추천한 원자력안전위원 2명의 위촉 거부를 두고 부딪쳤다. 한국당이 청와대 측에서 비공식적으로 임명 거부 의사를 밝혀 왔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파괴한 사건”이라고 반발하자, 청와대가 “임명 거부가 아니라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서면서다.
설전은 전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표결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촉을 요청한 원안위원 2명에 대해 청와대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위촉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알리면서 시작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여야는 국회 본회의를 열고 한국당이 추천한 이경우, 이병령 원안위원 후보자 추천안을 통과시켰는데, 이에 대해 청와대가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원안위원은 총 9명으로, 이 가운데 4명을 국회가 추천하게 돼 있으며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다.
그러자 청와대가 발끈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행 원안위법에 따르면 한국당에서 추천한 이병령ㆍ이경우 후보 두 분이 결격사유에 해당된다”며 “위촉 거부가 아니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0조는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원자력이용자단체의 장 또는 그 종업원으로 근무했거나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사람 등을 원안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두 후보자가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지난해 강정민 원안위원장이 사임했는데 바로 그 사안으로 사임을 하신 것”이라며 “똑같은 이유로 한국당이 강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바로 그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현행법상 원안위원이 될 수 있는 자격 요건이 너무 경직되게 까다롭게 규정돼 있어서 정부로서도 그 규정을 풀어줘야 원안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싶어 현재 국회와 원안위법 개정을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청와대의 해명을 재반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는 원안위법 10조에 근거해 두 지명자의 결격사유를 주장하고 있으나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두 지명자는 이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며 “원안위법에 대한 유권해석은 원안위의 소관업무인데, 원안위는 법적 검토도 없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원안위원 2명을 무자격자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에도 없는 결격사유를 창조해 한국당이 추천한 인사를 배제하고자 하는 청와대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즉흥적이고 비전문적으로 진행됐는지 금세 들통이 날까 두렵기 때문인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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