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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사라지고 난관만 남은 북미 ‘빅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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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사라지고 난관만 남은 북미 ‘빅딜’의 길

입력
2019.03.05 20:00
수정
2019.03.0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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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최대치 요구하며 ‘스몰딜’ 가능성 사실상 지워버려

정상 자존심ㆍ美 정치 상황ㆍ北 우방국 등 장애물 산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빅딜’(통 큰 거래) 아니면 ‘노딜’(거래 불발). ‘하노이 담판’ 결렬 뒤 북미 앞에 놓인 길은 양 극단 두 갈래뿐이다. 각각 최고 수준의 비핵화와 보상(대북 제재 해제)을 공개 요구하면서 중간 선택지를 지워버린 탓이다. 징검다리가 돼줄 ‘스몰딜’(작은 거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길에 남아 있는 건 온갖 난관들이다.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부터 두 정상들에게 힘든 일이거니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놓인 미국 내 정치 상황,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절박감을 줄여줄 북한의 우방국 등도 걸림돌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약 1주일의 시간이 지나면서 양측의 비핵화 및 상응 조치 요구 마지노선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북측은 리용호 외무상 등이 밝힌 대로 영변 핵 물질 생산 시설 폐기와 2016년 이후 결의된 5가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가 교환돼야 한다는 주장을, 미측은 영변 외 핵 시설의 추가 신고, 나아가 핵 무기, 장거리 미사일, 생화학 무기 등의 폐기 없이는 제재 해제가 어림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미 모두 이를 각자 수용 가능한 최대치라고 주장하는 만큼 협상이 재개될 경우 영변 폐기를 넘어선 수준의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방법 말고는 접점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5일 “2차 회담을 계기로 어중간한 ‘스몰딜’ 가능성은 사라진 셈”이라며 “양측이 내놓은 입장을 기반으로 빅딜 접점을 맞추는 게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빅딜 아니면 노딜뿐인 북미의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최대 위험 요소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자존심 싸움이다. 회담 직후 선제적으로 북측의 전면 제재 해제 요구를 공개하며 북한에 비난의 화살을 겨눈 미국이나, 이에 거세게 반발한 북한이나, 주장을 누그러뜨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곧바로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힘의 구도상 결국은 김 위원장이 자존심을 굽힐 수밖에 없는데 그가 기존 요구를 완화하는 순간 북한 내부에서 권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나 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의 국내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할 명분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실 이런 결과는 북미가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합의를 시도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 정상 간 협상의 경우 각자의 정치적 중량감 탓에 ‘고위험 고수익’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하지만 미 조야에서는 북미가 실무급부터 합의를 다지는 보텀업(bottom-up) 협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어려운 이슈(북핵)를 다루기 위해 실질적이고 전통적인 협상 과정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며 “2차 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손수 북한 비핵화 합의를 타결하는 ‘기적적이고 결점 없는’ 일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상황도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내년부터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북미에게 남아 있는 정치적 시간은 얼마 없다. 올 상반기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시한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하노이 회담까지 8개월이 걸렸는데 다시 세 번째 회담을 개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측 리스크는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 우방국들의 지원이다. 북한이 대미 협상에서 영변 외 미확인 핵 시설이나 핵 무기 신고 카드를 내놓지 않은 채 제재를 견디며 ‘항전’을 이어가는 동안 우방국들이 북한 경제를 지원하며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4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인도적 차원에서 본국으로부터 밀 2,092톤을 실어 북측에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을 계기로 친선 관계를 강화한 베트남과 중국 등으로부터도 유사한 지원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한미 간 대북 협상 전략 조율을 위해 미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이 본부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다른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하노이 회담 결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약 사흘간 워싱턴에 머물며 우리 정부의 북미 중재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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