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보석 청구 기각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사법농단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에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는 5일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조건부 석방) 청구를 기각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달 19일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검찰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압수수색 등 증거가 이미 확보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점 △전직 대법원장으로 도망할 염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 점을 감안하면, 기각 결정이 내려진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와 재판 거래를 시도하고 일선 재판에 개입하며 법원 내부 반대세력들을 억누르려 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11일 구속기소됐다. 사법농단 의혹 관련 공소사실만 47개에 달한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