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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승진 스트레스 줄이는 게 복지” 경찰 중간간부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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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승진 스트레스 줄이는 게 복지” 경찰 중간간부 늘린다

입력
2019.03.06 04:40
수정
2019.03.06 17: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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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에서 도 반장을 움직이게 하는 건 "승진 안할거야?"라던 질문이다. 경찰은 첨탑형 인력구조로 극심한 승진경쟁을 벌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극한직업’에서 도 반장을 움직이게 하는 건 "승진 안할거야?"라던 질문이다. 경찰은 첨탑형 인력구조로 극심한 승진경쟁을 벌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찰이 과도한 승진 경쟁을 줄이기 위해 중간 간부 이상 상위직 비율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복수직급제를 도입,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경찰공무원 복지증진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경찰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전체 직원의 90%가 하위직인 첨탑형 조직 구조를 개선하고, 2013년 이후 동결된 수사비를 현실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복지증진 기본계획은 경찰이 경찰관의 복지 향상을 위해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중장기 로드맵이다. 이번 기본계획은 민관 합동 심의위원회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확정됐다.

기본계획을 토대로 경찰은 중간 간부인 경정ㆍ경감(5ㆍ6급) 이상 상위직 비율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골자로 한 세부안을 마련키로 했다. 직원들의 승진 길을 터주는 게 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판단에서다. 경찰의 계급별 인력분포를 보면 하위직(7~9급) 비율이 전체의 90.3%로 가장 많고 중간계급(5~6급) 9%, 고위직은 0.5%에 불과하다. 위로 올라갈수록 급격히 좁아지는, 중간 간부 이상 승진이 하늘의 별따기인 ‘첨탑형’ 구조다. 승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경찰 조직은 매년 인사철만 되면 이런저런 잡음이 나온다. 경정부터는 일정 기간 승진을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하는 ‘계급 정년제’ 적용 대상이라 승진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경찰청과 국세청의 계급별 인력분포. 그래픽=김경진기자
경찰청과 국세청의 계급별 인력분포. 그래픽=김경진기자

중간간부급 이상 상위직 비율이 늘어난 데 따른 인사 적체를 피하기 위해 복수직급제도도 확대키로 했다. 복수직급제는 특정 계급만 임용하던 직위에 다른 계급도 앉힐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반직 공무원 조직에서도 서기관(4급)만 임명하던 과장 자리에 부이사관(3급)을 앉힌다.

경찰청은 2012년 경찰법을 개정, 수원남부ㆍ분당ㆍ청주흥덕경찰서 등 총경이 맡았던 5개 경찰서장에 경무관을 임명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인구와 치안수요가 많은 경찰서 위주로 경무관서장이 12명으로 늘었다. 복수직급제를 더욱 활성화해 경무관 경찰서장 자리가 많이 생기면 그만큼 인사 적체 해소에 도움이 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승진 경쟁 완화를 빼놓고선 처우 개선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첨탑형 구조’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며 “중간 간부 비율을 조금씩 늘릴 게 아니라 대폭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계급정년제는 일단 그대로 두기로 했다. 중간 계급 비율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를 폐지하면 기존 고위직 기득권만 강화돼 하위직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청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중간 간부진을 늘리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정부가 손쉽게 받아줄 리 없다. 여기다 복수직급제는 공무원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야 한다. 경찰에 대한 반감이 남아 있는 여론도 뛰어 넘어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 정부가 경찰관의 처우 개선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이를 이행하는 차원이기도 하다”며 “곧 세부안이 마련되면 관련 부처와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본계획에는 각 지방청마다 트라우마 치유 기관을 설립하는 등 건강권 보장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일선에서 충격적 사건 사고를 접하거나 고질적 민원인을 상대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찰관 직무 조사에서 응답자의 37%가 ‘사건 처리 뒤 사건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고, ‘야간근무자들에 대한 별도의 관리ㆍ관찰이 필요하다’고 답한 경찰관은 55%에 달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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