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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같았던 쇼팽과의 대화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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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같았던 쇼팽과의 대화 이제 시작”

입력
2019.03.05 17:03
수정
2019.03.05 19: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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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녹턴 21곡 전집 발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6년 만에 음반을 발매했다. 5일 서울 대흥로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쇼팽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곡이라고 생각해 야상곡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빈체로 제공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6년 만에 음반을 발매했다. 5일 서울 대흥로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쇼팽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곡이라고 생각해 야상곡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빈체로 제공

“쇼팽은 대중의 평가보다 자신과의 대화를 중시하며 연주에 몰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야상곡이 쇼팽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쇼팽을 가장 가깝게 그려 보고 싶어 야상곡을 선택했습니다.”

어느덧 70세를 넘긴 ‘건반 위 구도자’는 여전히 자신의 걸음을 걷는다. 피아니스트 백건우(73). 그가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리모폰(DG)을 통해 쇼팽 녹턴(야상곡) 전곡 21곡이 담긴 음반을 냈다. 2013년 슈베르트 앨범 이후 6년 만의 음반 발매다. 5일 서울 대흥로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건우는 “큰 홀보다 작은 살롱에서 친구들과 연주하며 진실한 대화를 나누던 쇼팽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쇼팽의 야상곡은 유럽 상류층이 즐기던 살롱 음악으로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다. 백건우에게는 단순히 ‘예쁜 곡’이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 아니었다. 언젠가 이 곡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연주하기로 마음에 담아둔 “숙제” 같았다. 그는 “이제야 곡과의 대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앨범 케이스 안쪽에는 ‘고요한 밤에는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게 제격이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글귀로 백건우가 직접 골랐다. 그는 “예전부터 야상곡과 너무 잘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문장을 읽으면 누구든 야상곡을 듣기 위한 마음의 자세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지난해 9월 아름다운 풍경으로 둘러싸인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일주일간 녹음했다.

쇼팽 야상곡 21곡 전곡이 수록된 백건우의 앨범 표지. 작품 번호 순서가 아닌 "연주자로서 음악을 더 잘 들려주기 위한 흐름"에 따라 곡을 배치했다.
쇼팽 야상곡 21곡 전곡이 수록된 백건우의 앨범 표지. 작품 번호 순서가 아닌 "연주자로서 음악을 더 잘 들려주기 위한 흐름"에 따라 곡을 배치했다.

백건우는 음반 발매를 기념하며 이달 1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를 시작으로 11개 도시 순회로 이어지는 독주회를 연다. 음반에 담긴 야상곡 일부와 쇼팽의 즉흥곡, 왈츠, 발라드 등을 함께 들려준다. 소도시 공연을 꾸준히 이어 오며 관객과 직접 만나는 백건우는 “문화는 모든 사람의 권리이고 그것을 제공하는 건 연주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독주회 일정 중간 중간 러시아 국립 스베틀라노프 심포니의 내한 공연에서도 협연자로 세 차례 무대에 오른다.

묵묵히 건반 위의 길을 걸어온 노장은 “연주도 좋지만 이제는 녹음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순간의 음악’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연주는 한정된 시간에 끝나지만 녹음은 영원히 남습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음악을 정성껏 준비해 하나씩 들려주고 싶어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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