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공석인 주중(駐中)대사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중 관계를 조율할 정무적 중량감을 갖췄다는 것이 낙점 배경으로 거론된다. 2008~2016년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푸단대(2012년)와 런민대(2015년) 방문학자를 지낸 만큼 중국과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이 엄중한 시기에 외교 경험이 전무한 장 전 실장을 주중대사로 보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생뚱맞다. 중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 새 4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의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중국 고위 인사들과 속내를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중국통 외교관이나 전문가가 아니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특수성도 강한 곳이다. 하지만 장 전 실장은 경영학을 공부하며 석ㆍ박사 학위를 미국에서 딴 학자 출신이다. 외교엔 문외한이고 중국어 구사력도 떨어진다. 더구나 그는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하며 자영업 등 서민경제 위기를 심화시키고 고용 참사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연말이면 일자리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던 호언장담은 그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장 전 실장은 지난달 26일 고려대 교수 정년퇴임식에서 “무지개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감히 철없이 무지개를 좇는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는 이상이 아닌, 냉혹한 현실과 철저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평생 경영ㆍ경제 분야만 공부하고도 경제ㆍ고용 위기 극복에 실패한 ‘이상주의자’에게 엄중한 현실 인식과 냉정한 판단으로 국가 이익을 위해 몸을 던져 일해야 하는 4강 외교의 한 축을 맡겼을 때 외교 위기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문 대통령이 함께 일한 자신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주중대사직을 권유했다 하더라도 정중히 사양하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장 전 실장의 올바른 처신이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이상주의자가 끼어들 만큼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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