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궈위(韓國瑜) 가오슝시장이 오는 22일 중국을 찾는다. ‘하나의 중국’에 반대하며 줄곧 각을 세워온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달리 양안 간 교류ㆍ협력을 강조하는 유력 정치인의 행보에 대만해협이 술렁이고 있다.
환구시보, 연합보 등 중국과 대만 언론은 5일 “한 시장이 22일부터 1주일간 홍콩과 마카오, 선전, 샤먼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시장은 전날 양안관계 실무그룹 회의에서 “4개 도시 방문을 통해 가오슝 비즈니스에 나서겠다”면서 “대다수 대만 국민은 양안이 평화롭길 희망하는 만큼 정치적 문제가 다른 교류 활동을 가로막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민당 소속의 한 시장은 집권 민진당의 텃밭인 가오슝에 떠밀리듯 출마해 깜짝 당선되면서 일약 스타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다. 양안관계 실무그룹 가동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당시 그의 중점 공약이기도 하다.
한 시장은 중국 남부지역과의 경제교류에 방점을 찍었지만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감안할 때 사실상 총통 선거 도전을 위한 준비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대만 빈과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시장은 35.1%의 지지를 얻어 경쟁자인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시장(28.6%)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민진당 소속 차이 총통(22.0%)과의 격차도 상당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과 달리 한 시장은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자연히 그가 언제 대선가도에 뛰어들지가 대만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다. 국민당이 총통 후보로 한 시장을 낙점하려는 상황에서 이번 방문이 탐색전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성과를 거둔다면 향후 경제교류의 지평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로 넓혀 대선 출마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정부가 지난 13일 한 시장을 겨냥해 “중국과 어떤 합의도 해서는 안된다”고 날을 세운 이유다.
게다가 지난달 23일과 25일 이틀 간격으로 중국 구축함과 미국 이지스함이 번갈아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를 벌인 터라 긴장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다. 한 시장이 당초 공언과 달리 표심을 의식해 정치적 발언을 내놓는다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재점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 중국 언론들은 “당연한 방문”이라며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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