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서 발병 베트남ㆍ몽골 확산
백신ㆍ치료제 없고 생존력도 막강
[저작권 한국일보] 중국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지역. 송정근 기자

구제역보다 더 무서운 가축 질병으로 알려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반년 만에 중국 전역을 휩쓸고 베트남, 몽골로 확산되며 국내 상륙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ASF 바이러스(급성)에 걸린 돼지는 고열(40~42도)과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이다 보통 6~13일 안에 폐사한다. 치료약도 백신도 없어 치사율은 100%다. 전문가들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 유입되는 육포ㆍ햄 등 가공식품이 국내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강력한 차단방역을 주문하고 있다.

◇북한이 바이러스 유입 방어막 역할

5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아시아 최초로 ASF 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이달 1일 기준 중국 전체 31개 성ㆍ구ㆍ직할시 중 28곳으로 바이러스(111건)가 확산됐다. 최초 발생 이후 약 7개월 만에 사실상 중국 전역으로 퍼진 셈이다. 이 기간 95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 됐다. 게다가 중국과 인접한 몽골(1월)과 베트남(2월)에서도 ASF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극동지역에 남은 ‘청정 지역’은 우리나라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안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국내에 ASF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①북한 국경 인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야생 멧돼지를 매개체로 북한을 거쳐 국내로 넘어오거나(멧돼지의 침ㆍ오줌ㆍ분변과 사육돼지가 접촉) ②바이러스가 있는 돼지의 부산물이나 이를 가공한 식품(햄ㆍ육포 등)이 섞인 잔반(사람 음식물) 사료를 사육돼지가 섭취하는 경우가 꼽힌다.

일단 ①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과 비무장지대(DMZ)가 완충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대륙과 연결되는 유일한 육로가 북한에 가로막힌 지형적 특성 덕택에 그간 한국은 ASF바이러스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가공식품→사료→바이러스 감염 우려

문제는 ②다. 지난해 8월 중국 선양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한국 여행객이 갖고 온 순대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가 발생한 24개국에서 여행객 등이 불법 반입한 돈육ㆍ소시지 등 위험 축산물은 2018년 약 4만5,000건(6만5,000㎏)에 달했다. 이중 80%는 중국에서 들어왔다.

서정향 건국대 교수는 “감염되면 100% 매몰해야 하는데, 중국에선 초기 감염 증상이 나타난 돼지를 도축장으로 보내거나 가공해 햄이나 하몽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돼지고기 제품이 국내에 반입될 때 바이러스가 같이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영 농어업정책포럼 동물방역복지분과위원장은 “국내 양돈농가에 중국, 베트남 근로자가 많은데 이들이 고향에서 ASF 바이러스 관련 돈육제품을 가져와 먹다가 돼지한테 주면 바로 감염된다”고 말했다.

◇일단 유입되면 죽지 않는 바이러스

ASF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ASF바이러스는 구제역과 달리 공기를 통해 전파되진 않는다.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다. 인체엔 감염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구제역보다 ASF바이러스를 더 걱정하는 이유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데다 생존력마저 막강하기 때문이다.

여타 바이러스들은 열이 가해지거나 환경이 건조해지면 체외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하지만 FAO에 따르면 ASF바이러스는 냉동고기에서 약 1,000일, 건조 혹은 염지한 고기에서 182~300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 김현섭 양돈수의사회 회장은 “바이러스의 환경저항성이 매우 강해 (돼지를 매몰해도) 다시 재발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에 걸린 농가에선 다시 돼지를 키우기 부담스러워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차단방역에 힘쓰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개별 양돈농가(전국 약 6,200곳)마다 공무원 2명씩을 지정, 직접 방문(월 1회) 및 전화(주 1회)를 통해 농가에 △잔반 사료 급여 시 적정처리 방법(80도 이상 30분 가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방역관리 등을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섭 회장은 “잔반 사료 자체를 아예 금지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농가 약 270곳이 잔반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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