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인공지능(AI) 아나운서가 인간을 대신해 재난방송과 심야방송 등에서 독자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심야시간에 인간 아나운서들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5일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태풍 ‘제비’의 상륙으로 간사이(關西)공항이 고립됐을 때 인근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선 정전이 발생했다. 와카야마시의 라디오방송 ‘FM 와카야마’에선 밤새 정전 지역과 세대수를 업데이트하면서 재난 정보 방송을 내보냈는데, 이를 담당한 것이 AI 아나운서 나나코였다.
이 방송국은 2017년 7월 AI를 활용, 입력된 정보를 분석해 원고를 자동 생성하고 지정된 시간에 스스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 ‘다카포’를 구축했다. 또 입력된 원고를 25개국 언어로 번역해 방송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일손이 적은 새벽이나 심야에도 뉴스 방송이 가능하게 됐다. 때문에 취재와 원고 초안을 작성하는 인력이 있으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태풍 제비 이후 일본 다른 지역의 소규모 FM 방송국들도 이 시스템을 도입, 현재 약 20여곳에서 AI를 활용한 기상정보와 뉴스 등을 전달하고 있다. FM 와카야마 측은 “예산과 인력 제약이 있는 소규모 FM 방송국에선 AI를 활용해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재난정보와 심야뉴스 방송이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도쿄(東京)에선 FM 방송국 J-WAVE에서 AI 아나운서가 활약 중이다. 금요일 심야 프로그램에서 AI 어시스턴트인 토미가 2017년 여름부터 출연하고 있다. 간단한 인사말 정도의 대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송 주제에 어울리는 곡을 선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상파 TV에도 진출하고 있다. NHK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체크 11’도 지난해 4월부터 AI 아나운서 요미코를 등장시켰다. 방송화면에 작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형태로 등장, 진행자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준비된 원고를 읽어주는 방식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NHK 측은 “한정된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인간 아나운서는 현재 AI가 할 수 없는 취재와 지역과의 교류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니혼(日本)TV도 지난해 4월부터 AI를 활용한 안드로이드 아나운서 아오이 에리카를 기용하고 있다. 니혼TV 측은 “인간 아나운서가 훨씬 유연하고 우수하지만, 굳이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는 AI 아나운서 특유의 개성을 발휘하는 등 일반 아나운서와 다른 표현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인간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AI를 활용한 안드로이드 아나운서가 함께 일하면서 얻어질 수 있는 창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