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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재산권행사 못한 원주민, ‘개발 하지 마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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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재산권행사 못한 원주민, ‘개발 하지 마라’ 요구

입력
2019.03.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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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임성지구개발반대 석현동 주민들이 지난달 26일 목포시청을 방문해 시장면담을 요구하는 등 개발 반대를 외치고 있다. 독자제공
목포임성지구개발반대 석현동 주민들이 지난달 26일 목포시청을 방문해 시장면담을 요구하는 등 개발 반대를 외치고 있다. 독자제공

“수십년 간 삶의 터전이고 환갑이 넘었는데 죽고 나서 재산권 행사하면 무슨 소용이냐”,“멀쩡한 집 가져가면서 반쪽자리 땅 주면 부족한 토지 살 돈은 어디서 구하나…”,“정부(LH 공사)가 집값(명품도시) 올린다고 불쌍한 주민들 현혹하는 것이 맞나요”

4일 오후 전남 목포 임성지구 도시개발사업 현장인 석현동 마을회관은 65세 이상 마을어르신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규배(70) 임성지구 개발반대추진위원회 석현동 주민대책위원장은“개발을 하려면 주민을 위한 개발을 해야지 갈 곳 잃은 주민을 방랑자로 내몰면 안 된다”며“주민의 생존권을 보상하지 않으면 개발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을 반대하는 원주민 80여명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목포시청을 방문하는 등 최근까지 8차례 반발 시위를 했다. 주민들은 오는 6, 8일 목포시청 항의집회 계획도 밝힌 상태다.

목포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광주ㆍ전남지역본부, 석현ㆍ옥암동 원주민 등에 따르면 당초 목포시와 전남개발공사가 남악신도시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면서 지난 2007년 임성지구 도시개발사업 타당성조사 용역을 통해 197만9,000㎡가 2008년 11월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개발 시행사 등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지난해 11월 27일 사업시행자가 목포시에서 LH로 변경됐으며 사업면적도 199만1,000㎡로 늘리고 계획인구도 당초 1만9,800명에서 2만1,260명으로 증가하는 등 사업비 2,400억원을 4,200억원으로 늘려 주민공청회도 마쳤다. 특히 이 사업은 LH공사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시행방법을 당초 토지수용과 환지 등 혼용방식에서 일괄 환지로 변경하면서 일부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198㎡(60평) 남짓한 주택을 LH에 반환한 후 도시개발이 끝나면 50%인 99㎡만 받아서는 집을 지을 수가 없고, 다시 토지를 사야 하는데 고령인 자신들은 여유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더욱이 개발을 위해 3년 넘게 이주해서 기거할 곳도 없는 셈이다.

김문자(76) 할머니는“50년 넘게 살았던 터전에서 그동안 10년 넘게 화장실, 주방 등 집 구석구석 수리할 수가 없어 손자들이 오지도 못할 정도로 지내기 힘들었다”며“집은 고사하고 임시거처도 없는데 죽으라는 소리하고 똑같다”고 털어났다. 주민 임양택(65)씨는“목포시가 땅값상승 등 부자 될 것처럼 사탕발림으로 현혹시켜 지역주민들 삶의 터전을 빼앗더니 이제 와서 LH에 떠밀고 모른척하고 있다”며“개발이 주민들에게 장점 보다는 단점이 많고, 개발동의서 시효가 끝났으니 개발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주민들은 공청회를 통해 집값 안정과 서민을 위해 존재하는 LH공사가 주민들을 상대로 명품도시 운운하며 집값 상승을 기대하라는 주문에 불편함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LH관계자는“주민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았기에 개발취소 계획은 있을 수 없다”며“일부 반대 주민들을 위해 다른 대안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시 관계자도“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반대주민들 보다 많아 추진한 사업”이라며“주민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의 애로사항을 들어 반영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혁제 도의원은“그동안 목포시가 도시개발비 등 시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LH공사를 통해 개발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주민들하고 소통을 못한 결과”라며“서민을 위한 LH공사도 주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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