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셴룽에 환영 서한"
중립국을 지향하는 싱가포르가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35 스텔스 전투기 4대를 구매한다. 기존 F-16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동남아에서 스텔스 기능이 있는 이 첨단 전투기를 구입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된다.
5일 UPI 통신과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응 언 헨 국방장관은 지난주 정부 예산위원회 보고에서 “F-35 4대를 우선 구매하고,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경우 8대를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요청서를 미국 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가 군수물자인 F-35기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응 언 헨 장관은 “리셴룽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지난달 F-35 구매 계획을 환영하는 서한을 받았다”면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도 2주 전 뮌헨안보회의 회동에서 싱가포르의 결정에 매우 감사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의회 승인도 무난하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우선 4대를 시범 구입해 평가 기간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F-35기는 공군용(F-35A)과 해군용(F-35C), 해병대용(F-35B) 등 다양한 용도로 제작된다. 특히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륙할 수 있고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도 가능해, 항공모함 함재기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당 가격은 1억달러(약 1,110억원) 안팎이어서 가장 비싼 전투기로 평가된다. 정확한 구입 가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는 “F-35 가격이 과거에 비해 떨어져 현재 9,000만달러에서 1억1,500만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미 국방부가 록히드 마틴사와 F-35A 모델 구매 계약을 맺으면서 가격이 처음으로 대당 9,000만달러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현재 싱가포르 공군의 주력기인 F-16 전투기가 2030년 이후 퇴역할 계획인 만큼 F-35가 향후 주력 항공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가 1998년부터 도입한 F-16 규모는 모두 60여대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응 언 헨 장관은 무인 공중ㆍ해상 드론을 전개할 수 있는 다기능 전투차량도 2030년까지 구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세계적 부국(富國)이자 동남아에서는 국방예산 규모가 가장 큰 싱가포르는 국방 관련 신기술을 도입하고 각종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면서 전 세계 군수업체들의 중요한 공략 대상이 돼왔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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