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사적인 모임에 동원해 공연을 시키고, 군부대 공연에서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혀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하는 등 서울공연예술고 교장과 행정실장 부부의 비리 행각이 드러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교육 당국은 교장 파면 조치를 내렸지만 학생들은 교장이 여전히 자리에 앉아 사실을 알린 구성원들에게 보복을 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공연예술고에 재학 중인 A양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교장 부부가 학생들과 비리 사실을 알리는 데 도움을 준 교사에게 보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에 대한 보복은 주로 공연 실습 기회 박탈 형태로 나타났다. 공연예술고 특성 상 수업시간 중 외부 공연에 참여하는 일이 잦은데, 담임교사가 출석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A양은 “담임 선생님은 ‘위에 눈치가 보여서’라고 했다”며 교장을 배후로 의심했다.
A양에 따르면 교장은 비리 감사에 앞서 진행된 교육청의 학생 설문조사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학생 백모군을 징계위원회 성격의 선도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교장 부부의 비리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학생들의 편에 섰던 계약직 교사 두 명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A양은 “교장 선생님께서 (한 분에게는) 이력서조차 내지 못하게 하시고, 한 분은 시험을 보셔서 제일 좋은 결과를 받았는데도 교장 권한으로 채용하지 않겠다고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교사 충원이 되지 않아 수업도 파행을 겪게 됐다. 재계약이 되지 않은 교사 한 명은 실용무용과의 학과장이었는데 이 과는 시간표조차 받지 못했다고 A양은 전했다. 그는 또 “어제(4일) 개학식이었는데 1학년 학급에는 아예 담임교사가 없어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면서 “항상 학생들 편에서 도와주셨던 선생님들이 지금 다 학교에 계시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복이 자행되자 학생들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교장 사법처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일단 교장이 보복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비리 수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시정 명령까지 무시하고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고등학교 교장을 사법결과 나오기 전에 직무정지 시켜 주세요’(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34182) 제목의 청원에는 5일 오전까지 9만여명이 참여했다.
앞서 이 학교 교장 부부의 비리는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드러난 지적 사항은 △외부행사에 학생 동원 △신입생 전형 업무처리 소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부적정 집행 등 18개에 달했다. 교육청은 교장 파면과 행정실장 해임을 학교 재단에 요구하고 중대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오는 11일까지 파면, 해임 조치가 취해져야 하지만 사립학교의 경우 처분을 따르지 않아도 교육청은 보조금 삭감 등 제한적인 조치만 할 수 있다. 게다가 학교 측은 교육청의 요구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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