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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변신 김준호 “유튜브는 내게 R&D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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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변신 김준호 “유튜브는 내게 R&D센터”

입력
2019.03.05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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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준호는 5명의 편집자와 작가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있다. “개그맨 홍현호가 작가로 함께 하는데, 개그는 못 살려도 아이디어가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JDB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맨 김준호는 5명의 편집자와 작가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있다. “개그맨 홍현호가 작가로 함께 하는데, 개그는 못 살려도 아이디어가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JDB엔터테인먼트 제공

‘계급장 떼고’ 도전했다. 1996년 SBS 공채로 데뷔한 중견 개그맨도 유튜브 앞에선 마냥 초보였다. KBS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와 ‘1박2일’에서 떨쳤던 전국적인 인기도 이곳에선 통하지 않았다. 공들여 내놓은 뮤직비디오 ‘굿 좀비’는 가수 김종민까지 가세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이게 재미있나”라고 반신반의했던 춤 영상에서 ‘대박’이 터졌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2년 가까이 된 그는 이제 구독자 47만9,000명을 거느린 어엿한 1인 창작자(크리에이터)가 됐다. 유튜브 채널 ‘얼간김준호’를 제작하는 개그맨 김준호 이야기다.

김준호는 유튜브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연예인 중 하나다. 오랜 기간 방송사가 만들거나 검토해준 대본을 받아보는 데 익숙한 이들이 하루아침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유명 연예인인데 재미가 없다며 욕을 먹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한국일보와 최근 전화 인터뷰를 한 김준호는 “빨리 시작하길 잘했다”면서도 “지상파 방송을 했던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준호의 전략은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그가 데뷔했을 때쯤 태어난 크리에이터와 함께 영상을 찍으며 ‘유튜브 문법’을 빠르게 익혀나갔다. 김준호와 함께 한 유튜버는 구독자 199만명인 ‘공대생 변승주’를 비롯해 개그맨 지망 대학생 3명으로 구성된 ‘보물섬’, 유명 크리에이터인 ‘대도서관’까지 다양하다. 김준호는 “유튜버 ’초짜’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들을 선배로 존중했더니 다가와서 많이 도와줬다”며 “당일에 영상을 올려야 한다며 ‘공대생 변승주’가 달리는 차 안에서 편집하는 것을 보고 유튜버가 대단하다 느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여러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개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유튜브에 걸맞은 영상도 한 몫 했다. 몰래카메라는 물론 ‘먹방’과 게임 영상까지 선보이면서 총 조회수 2,000만건을 넘겼다. 그러나 김준호는 아직도 유튜브에 적응 중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유튜브 시청자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백팩키드 춤’ 영상도 처음에는 웃음 포인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광고까지 들어오길래 ‘내가 늙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방송국이 고급 호텔이고 유튜브가 게스트하우스라면, 저는 개그맨 출신으로서 부티크 호텔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호는 갑작스레 유튜브 도전을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2010년에도 1인 크리에이터 시장에 도전한 바 있다. 당시 소속사 개그맨에게 디지털카메라와 아이폰을 나눠주면서 영상을 찍어보라고 권유하기까지 했다. 김준호는 지금도 동료 개그맨에게 유튜브에 도전해보라고 독려하고 있다. 개그맨 송영길에게 직접 컴퓨터까지 사줬을 정도다. 김준호는 “코미디프로그램은 방송국이 소유주지만, 유튜브는 저작권이 내 것인데다 콘텐츠 하나가 평생을 가기 때문”이라며 “인기는 빠지지만 구독자는 빠질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준호에게 유튜브는 연구개발(R&D)센터이자 홍보 창구다. 매달 ‘월간 윤종신’을 내는 윤종신처럼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방송과 광고 섭외로 이어지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유튜브 촬영을 위해 스케줄을 비워놓을 정도다. 김준호는 “연예인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취미를 보여주면, PD나 작가가 이를 보고 섭외를 하기에 본인 홍보가 된다”며 “간접광고 등으로 버는 수익이 현재는 매달 2,000만원 가량”이라고 귀띔했다.

지금도 연예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제풀에 지쳐 떨어져나간다. 김준호는 이에 지치지 말고 계속해서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분장실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세팅된 장소에서 연기하던 사람이, 직접 분장을 한 채로 허름한 장소에서 촬영하다 보면 ‘내가 뭐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생각날 때가 있어요. 그러나 지속성 있게 버티다 보면 유튜브는 최고의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설령 돈이 안 되도 일단 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그의 올해 목표는 구독자 100만명 돌파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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