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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꽃 미남’ 트뤼도 총리, ‘수사 외압’ 스캔들에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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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꽃 미남’ 트뤼도 총리, ‘수사 외압’ 스캔들에 최대 위기

입력
2019.03.05 14:00
수정
2019.03.05 18: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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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쥐스탱 트뤼도(48) 캐나다 총리는 최근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 왔다. 3년 5개월 전만 해도 고작 34석(전체 의석 수 338석)이던 자유당을 이끌고 총선에서 압승한 뒤 단숨에 총리 자리를 꿰찼고, 캐나다에 ‘새로운 진보 정치’ 바람을 몰고 왔다. 40대 젊은 나이에다 ‘꽃미남’ 외모는 대중적 인기를 한층 더 높여주기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비리 기업 수사 과정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스캔들로 그 동안 트뤼도 총리가 그 동안 쌓아 올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총선을 7개월 앞두고 터진 스캔들과 최측근의 잇따른 사임으로 트뤼도의 총리직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의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긴 건 지난달 27일 캐나다 하원에서 이뤄진 증언이었다.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이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그를 비롯한 총리실 간부들과 내각 각료들로부터 퀘벡 지역의 대형 건설사 SNC-라발린의 뇌물 사건과 관련, “기소 유예로 처리하라고 종용하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SNC-라발린은 퀘벡을 대표하는 대형 기업이다. 퀘벡은 트뤼도 총리의 부친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 이래 ‘트뤼도 가문’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2015년 11월 총리직에 오른 트뤼도 총리는 ‘낡은 부패 정치와의 작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로 ‘역대 자유당의 부패 전력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과거 자유당 의원들 중 상당수가 퀘백 지역 기업인들한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자유당은 ‘부패한 진보 정당’이라는 오명과 함께, 트뤼도 총리가 자리에 오를 때까지 만년 야당에 머물러야만 했다.

이번 스캔들은 트뤼도 총리의 ‘클린 이미지’도 퇴색시켰다. 그 동안 트뤼도 총리는 페미니즘과 난민, 성 소수자, 캐나다 원주민 문제 등 사회적 약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캐나다 사상 최초로 내각을 남녀 동수로 꾸리는가 하면,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게이 프라이드’ 축제에 참여했다. 2017년에는 100여년간 지속됐던 원주민 어린이 강제동화 정책이 ‘아동 학대’였음을 인정하고 정부의 첫 공식 사과까지 했다. 이 같은 행보에 ‘서방 세계 진보정치의 아이콘’이라는 국내외 언론의 평가까지 뒤따랐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로 그런 행동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수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은 캐나다 원주민인 ‘위 와이 카이 족’ 출신인데, “트뤼도의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한 보복으로 좌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트뤼도 총리가 ‘정치적 목적’으로 원주민 출신을 장관에 임명한 뒤,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스캔들이 터진 이후 내각 각료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것도 타격이다.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에 이어 4일 제인 필포트 재무장관도 사임했다. 필포트 장관은 보건부와 원주민 부서 장관직도 역임할 정도로 트뤼도 총리의 최측근이다. 그는 “슬프게도,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에 신뢰를 잃었다”는 트뤼도 총리에게는 충격적인 성명도 남겼다. 뉴욕타임스(NYT)는 필포트 장관의 예상치 못한 사임이 트뤼도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보도했다.

당연히 야권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1야당인 보수당의 앤드루 쉬어 대표는 “더 이상 총리직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국민들의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에 대한 생각이 ‘나빠졌다’고 답한 비율은 60%에 달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4일 토론토에서 열린 기금모금 행사에서 트뤼도 총리가 필포트 장관의 사임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수사개입 의혹을 묻는 질문에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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