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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 사회적경제가 간다] <14> 경주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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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ㆍ경북 사회적경제가 간다] <14> 경주제과

입력
2019.03.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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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사회적 가치 실현 앞장

사회적기업 (주)경주제과 이상운 대표가 어르신 직원들과 제빵을 포장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주)경주제과 이상운 대표가 어르신 직원들과 제빵을 포장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 포석로 내남네거리에서 황남초등네거리까지 1㎞가 채 되지 않은 왕복 2차로의 도로 주변에 형성된 ‘먹방 핫플레이스’ 황리단길. 수년 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거피숍과 식당, 제과점, 선물가게, 민박집 등이 들어서면서 경주 명소로 부상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국내외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이곳 한가운데에 20대 청년부터 60대 후반 어르신들이 함께 빵과 과자, 건강식을 만들고 판매하는 제과점이 주목 받고 있다. 도로공사 사회적기업 1호점으로도 유명한 사회적기업 ㈜경주제과다.

경주제과에선 그 이름대로 찰보리빵 경주빵 통밀식빵 등 지역 대표적인 빵류를 주로 판다. 동시에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간편 건강식이 유명하다. 채식 음식에 조예가 깊은 한 직원 아내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콩을 주재료로 한 간편식이다 보니 무슬림 식당으로 오해하는 일도 벌어진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휴대폰 앱을 통해 “여기가 무슬림 식당 입니까” 라고 문의할 정도다.

경주제과는 사회적기업의 이념을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21명이나 되는 전체 직원 중 60대 후반의 어르신이 11명, 20, 30대 청년이 9명, 장애인 1명이다. 나이차이는 부자지간을 넘어설 정도이지만, 일 할 때만큼은 위 아래 없이 나눠 한다. 단체주문이 들어오면 매장 상황에 따라 어르신들도 기꺼이 배달에 나선다. 외항선원 출신의 한 어르신 셰프는 제과 분야에서 만들기가 어렵기로 유명한 마카롱도, 얇은 피가 관건인 경주빵도 능숙하게 빚어낸다.

이상운(45) 경주제과 대표는 “어르신들은 마법의 손을 가진 것 같다. 제빵제과가 전문이 아닌데도 어르신들의 손길을 그친 빵과 과자 맛은 기가 막히다”며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피력했다.

경주제과가 설립된 것은 2014년 8월.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시작부터 어르신이나 실직 청년, 장애인 등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들을 주로 채용했다. 수익의 절반 이상을 종사자 복지향상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부에 활용한다.

믿을 수 있는 재료, 정직한 공정, 착한 가격, 당일제조, 당일 판매 수제빵이라는 영업신조를 철저히 지킨 덕분에 경주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제과점으로 등극했다. 2년 전쯤 황리단길로 옮겼다. 이 대표는 “황리단길을 주로 찾는 젊은이들의 입맛이 까다로운데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다”며 “직원들이 ‘한번 해 보자’고 해 이전을 감행했고, 채식 건강식 메뉴를 추가해 안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엔 도로공사가 하는 사회적기업 1호로 문경휴게소(양평방향)에 입점했다. 이어 10월엔 언양휴게소에 지점 2호를 냈다. 21명의 직원 중 휴게소마다 4명씩 교대로 파견근무한다.

이 대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일반적인 메뉴로는 승산이 낮다고 보고 뭔가 잊을 수 없는 특색있는 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문경에는 찰보리 고로케, 언양엔 찰보리 꽈배기를 대표 메뉴로 내세웠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황리단길 본점은 이제 이 동네 사랑방처럼 변했다. .

황리단길에서 2년여 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이제는 동네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 10% 할인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이 동네 주민들의 발걸음이 잦았고, 자연스레 서로의 음식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 한가할 때는 서로 바쁜 이웃 매장 일을 돕는 품앗이도 나설 정도다.

이 대표는 “수익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우선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실습장 용도로 주방을 개방하고, 실기와 이론에 대한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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