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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에 비유됐던 황교안, 제 2의 이회창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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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에 비유됐던 황교안, 제 2의 이회창 될까

입력
2019.03.05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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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고ㆍ법조인ㆍ총리 출신ㆍ정치신인 공통분모

李, 9룡 정글 속 입문… 黃, 보수분열 속 순탄 입성

7월 21일 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결선투표 끝에 이인제(李仁濟)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되자 두 손을 번쩍 들어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1997.7.21)/2015-04-03(한국일보)
7월 21일 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결선투표 끝에 이인제(李仁濟)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되자 두 손을 번쩍 들어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1997.7.21)/2015-04-03(한국일보)

입당 43일 만에 당권을 거머쥔 정치 신인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온전히 장악, 대선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한때 대선 레이스 중도 포기 전력이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비견됐던 그는 2ㆍ27 전당대회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대표로 선출, 당에 어느 정도 뿌리는 내린 상황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두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 성향의 제1야당을 이끌었던 ‘이회창 모델’로 가기 위해선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인 출신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정치 경험이 전무했지만 ‘대쪽 총리’ 이미지로 보수당에서 대표-총재-두 차례의 대선후보(무소속 출마 제외)를 역임했다. 황 대표 역시 같은 경기고에 법조인ㆍ국무총리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1996년 1월 김영삼(YS) 대통령의 러브콜로 이 전 총재가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 신한국당은 훗날 이 전 총재를 포함해 ‘9룡’이라 불리게 될 경쟁자들로 가득했다. YS의 측근이었던 최형우, 김덕룡, 이인제, 최병렬 전 의원이 당내 세력을 놓고 자웅을 겨뤘고, 외부에서 영입된 이홍구ㆍ이수성 전 총리, 박찬종 전 의원의 경쟁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저작권 한국일보]자유한국당 새 대표를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27일 킨텍스에서 열린 가운데 황교안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오대근기자 /2019-02-2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자유한국당 새 대표를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27일 킨텍스에서 열린 가운데 황교안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오대근기자 /2019-02-27(한국일보)

황 대표의 한국당 입성은 훨씬 순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진영은 사분오열돼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비박계는 지리멸렬했다. 그 결과 그는 2ㆍ27 전대에서 무난히 50%의 득표율을 얻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전 총재는 당에 들어올 때 자기 기반이 별로 없었고 늑대, 곰에 비유될 정도로 반대파가 엄청난 정글이었는데 특유의 카리스마로 권력투쟁을 치러내 당을 장악했다”며 “이와 비교할 때 황 대표는 반대파가 다 무너진 당에 들어왔기 때문에 정치적 환경은 유리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친박계의 지지를 얻어 정치적 환경이 유리하긴 하지만 황 대표가 이회창 모델로 진화하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과제가 있다. 이 전 총재는 감사원장 시절 성역이라 할 수 있는 율곡사업 비리에 메스를 들이대고, 총리 재직 시절에는 자신을 발탁한 YS에게 할 말을 하는 ‘소신 총리’ 면모를 보이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황 대표는 아직까지 국민에게 각인될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전대 과정에서 탄핵 정당성 논란과 ‘최순실 특검 연장 반대’ 발언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실패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황교안 이회장 비교 -- 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황교안 이회장 비교 -- 송정근기자

문제는 앞으로다. 외부자였던 이 전 총재가 당에 완전하게 착근할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당의 체질을 과감하게 개혁하고, 2000년 16대 총선에선 ‘허주’ 김윤환 전 의원을 비롯해 당내 주류세력인 옛 민정계를 공천에서 과감하게 배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 대표가 21대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통해 당의 수구적 면모를 쇄신하고 친박계를 비롯한 구정치 세력에 대해 과감한 개혁공천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권에선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친박 조직을 친황 조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점은 내년 총선”이라며 “공천혁명으로 비박계 이탈을 최소화하고 보수를 통합해야 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황교안 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하려면 당 지지율이 30% 넘어야 한다”며 “일단 5ㆍ18 망언 등으로 인해 30%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미끄러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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