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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열차 ‘베이징 무정차’ 평양으로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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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열차 ‘베이징 무정차’ 평양으로 직행

입력
2019.03.04 22:55
수정
2019.03.04 23:5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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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회 끝나는 15일쯤 방중, 시진핑 만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방문을 마친 지난 2일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 환송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방문을 마친 지난 2일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 환송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끝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았다. 베트남 하노이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전용열차는 중국 내륙의 최단거리 노선을 따라 곧장 평양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에게 또다시 길을 내주며 영향력을 다시 확인한 중국은 줄곧 주장해 온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하면서 북미 협상 국면을 비집고 역할론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지난 2일 베트남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핑샹, 난닝, 창사, 우한, 정저우를 지나 4일 오전 톈진과 탕산, 산해관을 거쳐 동북쪽으로 향했다. 평양으로 가는 최단 노선이다. 이어 선양, 단둥을 통과해 4일 밤 9시30분쯤 북중 국경인 압록강을 건너 북한 신의주로 진입했다. 이 사이 북중 접경 단둥에는 삼엄한 통제가 지속됐고, 신의주와 연결된 중조우의교가 내려다보이는 중롄 호텔도 예약을 5일까지 중단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건너뛰면서 자연히 시 주석과의 만남은 무산됐다. 다만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가 3일 개막, 중국 내부 정치 일정이 한참 숨가쁘게 돌아가는 것을 감안하면 15일쯤 양회를 매듭지은 직후 김 위원장이 다시 베이징을 찾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시 주석이 프랑스, 이탈리아 방문에 이어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서는 만큼 물리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북중 양측의 작전조율을 위해서도 필요한 만남이다.

이 같은 일정표를 의식한 듯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가급적 말을 아끼던 중국은 4일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장예쑤이(張業遂)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담판이 길어질수록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정치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양측은 신념을 가지고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대화를 이어가 새로운 진전을 거두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지속적으로 나름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던 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6자회담 당시) 9ㆍ19 공동성명은 우리 작품”이라고 가세했다. 특히 “비핵화는 평화체제 논의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 “평화체제 없이 항구적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촉구했다. 하노이 선언이 불발돼 북미 간의 신뢰부족이 입증된 만큼 중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상의 큰 틀에서 평화체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시 주석이 당장 김 위원장과 만나지 않더라도 중국의 구상대로 얼마든지 협상 판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도 볼 수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이 하노이를 방문한 기간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안위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전화가 북한 기상국에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들이 전한 조선중앙TV의 2일자 방송화면을 보면, 베트남 기후가 김 위원장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주민들의 문의에 기상국 직원들이 저마다 수화기를 붙잡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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