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무역금융 규모를 15조원 추가 확충한다. 상반기 중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대규모 농산물 판촉 행사를 열고, 현지의 신선 농산물 전용판매관도 5개국 30개소(기존 3개국 18개소)로 늘린다. 차세대 배터리 육성 펀드를 만들고, 문화 콘텐츠 전문 펀드도 1,000억원 규모로 확대 조성한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는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 수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무역금융 공급 확대, 수출마케팅 지원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수출활력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수출 현장에서 수렴한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대책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올해 235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한다. 무역금융은 국내•해외 거래에서 필요한 자금을 정부가 시중금리보다 낮게 지원하거나 보증을 서는 등 수출 확대를 위한 금융지원책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보다 12조3,000억원 늘린 232조1,800억원을 올해 무역금융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 이번 대책에서 3조원을 더 증액했다. 수출 둔화로 기업들의 돈줄이 막히고, 수출에 또 다시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1.2%(전년 동월 대비), 올해 1월 –5.8%에 이어 지난달 –11.1%로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국내 수출은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한 건 2015년 1∼3월 이후 47개월만이다.
이번 대책의 세부 내용을 보면 수출 단계(계약→제작→선적→결제)별 맞춤 지원을 위해 8개 무역금융 지원 프로그램(35조7,000억원 규모)을 신설ㆍ확대한다. 수출계약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자 이차전지와 같은 신산업 분야 해외 수주시 현지금융조달 보증을 위해 무역보험공사가 지원하는 신수출성장동력 특별지원금(1,000억원)을 만들기로 했다. 해외 기업이 국내 중장비를 수입하려 해도 현지 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구매 계약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 해외수입자 전대금융을 1조6,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일시적인 신용도 악화로 자금난을 겪는 유망 수출기업의 제작자금 지원을 위한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1,000억원) 신설 방안도 담았다.
수출마케팅 예산도 지난해보다 5.8%(182억원) 많은 3,528억원을 지원한다. 상반기 중에 60% 이상을 집행할 방침이다. 수출마케팅 지원을 받는 중소ㆍ중견기업은 전년보다 1,900여곳 늘어난 4만2,273개사에 달할 거란 게 정부 추산이다. 전체 수출 중소ㆍ중견기업의 45% 수준이다. 해외전시회의 경우 파급력이 큰 10개 핵심 전시회에 통합 한국관을 구성, 50개 이상 수출기업이 참여하는 규모로 대형화한다. 또한 상반기 중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 특별판촉행사(3~5월), 중국 상해에서 유통매장 211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물산전(4월) 등을 개최한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등 한류 스타를 활용해 베트남 현지에서 홍삼ㆍ인삼ㆍ딸기 등을 홍보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수출 체질을 강화할 목적으로 충북 오송과 대구에 바이오헬스 분야 글로벌 시험인증 시설을 구축하고, 범부처 의료기기 연구개발(R&D)도 추진(2020~2029년ㆍ2조8,000억원 규모)한다. 수입관세를 낮게 적용하는 이차전지 부품을 28개(기존 17개)로 확대해 이차전지 가격 경쟁력도 높인다. 정부ㆍ공공기관 출자와 민간자금 유치로 6월까지 해외건설 지원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ㆍ건설ㆍ스마트시티 펀드도 조성한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수출 대책의 목표로 2년 연속 수출 6,000억달러 달성과 수출구조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수출 성장동력 확충을 내걸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물방울이 모여 바다가 된다는 수적성해(水積成海)처럼, 앞으로도 계속 기업들의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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