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해 주요 카드사들에 오는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그 전까지 수수료율 인상을 철회하고 조정 협상에 나서라는 최후 통첩이다. 현대차의 수수료율 인상 근거 제시 요구를 둘러싼 양측의 장외싸움도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이번 주말이 협상 성사 여부를 가를 고비가 될 전망이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한, 삼성, KB국민, 하나, 롯데카드 5개사에게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현행 수수료율(1.8%)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수료율을 협상하자는 요구를 물리치고 이들 카드사가 지난 1일부터 0.1%포인트대의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하자 가맹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같은 계열사인 기아차도 11일부터 이들 5개사와 가맹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 1월 말 현대차를 포함한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하자 현대차는 지난달 말 이의제기 공문을 발송하고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의하자고 요청했다. 다른 3개 전업카드사(NH농협, 현대, 씨티)와 BC카드는 현대차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수수료율 조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수수료율 인상 근거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상을 할 거면 합리적인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카드사들은 수 차례 자료 제시 요청에도 아무런 설명이나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는 현대차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가맹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 인상 근거를 상세히 밝히라는 것은 결국 수수료율 산정 근거를 모두 공개하란 것”이라며 “수수료율에는 마케팅, 전산, 자금조달 비용 등이 반영되고 이들 비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카드사별 ‘영업 노하우’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공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선 현대차가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려 강공을 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계열 금융사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통해 소비자들을 붙잡아둘 수 있다는 계산 아래 ‘배짱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게임’을 방불케 하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측이지만, 현대차가 계약 해지 시점을 1주일 뒤로 설정하면서 협상 개시를 합의할 여지는 남은 상황이다. 가맹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협상에 나설지 여부를 (계약 해지 직전인)이번 주말에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대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협상테이블에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가맹점 계약 해지가 현실화하더라도 해당 카드로 현대차 구매 대금을 아예 결제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가맹 계약이 안된 카드로 꼭 계산하고 싶다고 하면 가맹 계약 카드사의 결제망을 통해 카드사 공동결제망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결제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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