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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ICBM+생화학무기’ 빅딜 제안… “북이 받을 때까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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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ICBM+생화학무기’ 빅딜 제안… “북이 받을 때까지 압박”

입력
2019.03.04 17:14
수정
2019.03.04 23:4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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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빅딜 문서’ 김정은에 건네]

“대북제재, 김정은에 진짜 충격” 빅딜 합의까지 강력제재

美 포스트 하노이 전략, ‘노딜’로 버티면서 일괄타결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전략이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북한과 포괄적인 비핵화 프로세스를 일괄 타결하는 ‘빅딜’ 전까지는 ‘노딜’로 버티며 제재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더불어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 중단하면서 북한의 도발 명분을 없애고 비핵화 시 경제 보상 등으로 확실한 출구를 보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핵화 결단의 외길로 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괄 타결 전까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경협 등의 일부 제재 면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도 함의돼 있어 문재인 정부의 전략 수정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CBS, 폭스뉴스, CNN 등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과의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요구사항과 경제적 반대 급부를 제시한 '빅딜' 문서를 건넸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비핵화를 계속 요구했다.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며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 2개를 건넸다"고 말했다. 비핵화의 범위를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하는 대량살상무기(WMD)로 넓히면서 어중간한 스몰딜 대신 일괄 타결의 빅딜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간 미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은 WMD 폐기라는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WMD 동결을 초기 실행 조치로 시작해 신고-검증-폐기에 이르는 과정과 이에 대한 상응조치 등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일괄 합의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역으로 보면 이는 비핵화 로드맵 없이 영변 핵시설만을 협상 대상으로 삼는 북한의 부분 비핵화 협상술에 응하지 않고 노딜로 버티겠다는 뜻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하노이 회담을 성공으로 규정하면서 배드딜보다 노딜이 낫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빅딜에 이르기 위한 방법론의 골자는 비핵화 결단 시 확실한 경제 보상을 약속하면서 그 전까지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유지해 북한 경제 회복에 진력하는 김 위원장의 선택을 극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빅딜) 문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당신(김정은)은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위치의 부동산을 갖게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북한이 빅딜에 합의하기 전까지는 빈틈없는 경제 제재가 이어질 것이란 게 미국의 경고다. 볼턴 보좌관은 선박 간 환적 단속 강화 방안 등을 언급하며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오게 한 것은 제재”라며 “김정은에게 진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사실상 전면적인 제재 해제에 매달리며 다급한 모습을 보인 데서도 역으로 미국의 제재가 통하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제재 압박 속에서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묶어 두려는 노력도 병행한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 접근법의 또 다른 특징이다.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계속 강조하고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재개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하는 도발의 빌미를 주지 않음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뺏는 동시에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역량 발전을 지체시키는 안보적 효과도 거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워싱턴의 일반적 회의론과 달리, 정권 교체는 추진하지 않고 김 위원장이 결단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빅딜 제안의 유효 기간을 묻는 질문에 “만료 시한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 선에서 협상을 지속하거나 필요할 때 김정은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이 가능하다고 여전히 낙관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 정권 교체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북한 비핵화”라고 선을 그으면서 “그(김정은)는 북한의 권위주의 통치자로서 그가 비핵화의 전략적 결단을 내린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인내의 한계선은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실험을 하지 않는 한 서두를 게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포스트 하노이’ 대북 접근법은 요약하면 경제 압박의 빅딜 인내 전략을 분명히 한 것으로서 그간 한국 정부가 취해 온 접근법과는 다르다. 북한과의 긴장을 낮추려는 군사 부문의 유화적 입장은 비슷하지만, 한국 정부가 남북 경협에 대한 제재 면제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촉진시키겠다는 입장을 내세울 경우 미국의 대북 전략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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