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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부동산신탁 시장… '침체의 벽'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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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부동산신탁 시장… '침체의 벽' 넘어설까

입력
2019.03.05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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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예비인가 3개사 주요 사업계획.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예비인가 3개사 주요 사업계획. 송정근 기자

10년 만에 신규 부동산신탁사 3곳이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오랜 기간 과점 형태로 운영되던 부동산신탁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지난 5년간 부동산신탁 시장은 매년 수익이 가파르게 증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혀 왔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머지 않아 ’레드오션’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 벗어날까

4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481억원이었던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5,047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순이익 2,853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6%나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작년엔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고 11개사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이 한 곳도 없었을 정도다.

부동산신탁업은 금융사가 고객의 위탁을 받아 부동산을 대신 개발ㆍ관리해 주고 발생한 수익을 나눠 갖는 사업이다. 종전 부동산신탁 시장은 ‘대형사’로 분류되는 금융지주 계열 2곳(KB부동산, 하나자산신탁)과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대고 개발까지 하는 ‘차입형 신탁사’ 4곳(한국토지, 한국자산, 대한토지, 코람코자산신탁), 나머지 ‘중ㆍ소형사’ 5곳으로 구분됐다. 이런 구도는 2009년 이후 최근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신한금융지주가 중소형사인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며 새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금융지주도 부동산신탁사 인수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대형 지주사 간 경쟁 구도도 형성될 조짐이다. 여기에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가칭)에 예비인가를 내 준 것은 기존의 고착화된 시장 구도를 재편하려는 목적이 컸다. 금융당국은 지금의 부동산 신탁 시장의 경쟁도가 카드나 보험, 증권 등 다른 분야보다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종전 영업관행에도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신영자산신탁은 ‘중형 부동산 시장’ 개척을 공언했다. 지금까지 신탁 시장은 면적 3,000㎡ 이상 대형 부동산 중심으로 형성돼 왔는데 이를 300㎡ 이상 중형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한투부동산신탁은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을 활용해 핀테크에 밝은 2030세대를 겨냥한 소규모 맞춤형 토지신탁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대신자산신탁은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산업과 부동산 신탁 상품을 융합하며 친환경 기조와 발맞출 계획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부동산신탁사 당기순이익.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부동산신탁사 당기순이익. 송정근 기자

◇부동산 침체에 과열경쟁 우려도

이번 신규 사업자의 대거 진입은 당장 기존 신탁사들에 압박이 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호황이 이어져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진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시장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경쟁자만 늘면 수익구조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과 신탁사 실적은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 경기가 꺾인 지금 신규 경쟁자까지 들어온다고 하니 근심이 많다”고 말했다. 윤성국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향후 1~2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탁사들은 예전처럼 성장을 꾀하기 보다는 생존을 위해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NH지주 탈락은 이변”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예비인가의 유력 후보였던 NH농협금융지주가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은 이변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김광수 농협지주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중점 추진했던 사업이라 NH지주 측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예비인가 공고를 내기 전부터 동향을 파악하며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결과를 두고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신규 사업자 수가 3개로 정해질 때부터 ‘소형ㆍ중형ㆍ대형’ 금융사에 각각 안배될 가능성이 일찍부터 점쳐졌던 만큼 NH지주의 탈락은 결국 신청자 중 또 다른 대형그룹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밀린 측면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 사건으로 금융감독원 제재를 앞두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측이 NH를 이겼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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