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강경 대치로 올들어 파행과 휴업을 거듭하던 국회가 마침내 정상화할 모양이다. 자유한국당이 4일 국회 독자 소집을 전격 선언한 덕분이다. 민주당이 즉각 환영하고 다른 야당도 반겨 3월 국회가 문을 여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러나 여야 합의에 따른 정상화가 아닌데다 황교안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고강도 원내투쟁을 예고해 의사일정 협의 과정에서 다시 파열음이 예상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어제 여야 협상이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된 직후 “앞장서 민생을 챙겨야 할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의 잘못과 비리를 감추는 데만 급급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더 이상 여당에 기대할 게 없어 우리가 결단을 내려 오늘 중 국회를 소집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정상화 조건으로 밀어붙인 ‘손혜원 청문회’를 민주당이 끝내 거부하자 보이콧을 접고 일단 한발 물러서는 전술로 선회해 투쟁 명분를 쌓겠다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즉각 “한국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미뤄온 민생, 개혁 입법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 일하는 국회를 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손혜원 의혹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못내 부담스러웠던 민주당으로선 한숨 돌린 셈이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의 책임을 진 여당이 당 소속도 아닌 특정 의원 문제에 집착해 국회 공전을 장기 방치한 일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신재민 사무관, 조해주 선관위원, 김경수 경남지사 등에 앞서 손혜원만 챙겼다니 ‘방탄 여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국회 문이 열린다 해도 이런 여당의 리더십으로는 국회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시급히 처리를 요청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은 물론 탄력근무제 등 노동 관련법 처리가 시급한 처지다. 반면 한국당은 복귀 결정에 앞서 당직 인선을 매듭짓고 ‘좌파 포퓰리즘 정책’ ‘가짜 평화정책’에 대한 강력한 원내투쟁을 예고했다. 한국당이 4대 비리로 규정한 손혜원-김태우-신재민-조해주 의혹은 모두 여당의 아킬레스건이다. 한국당의 결단에 걸맞은 민주당의 책임과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