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장애인시설 등 시설에 살거나 이용하는 사회적 약자 10명 중 4명이 재난 시 안전한 대피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노인·장애인·환자·외국인·임산부·환자 등을 재난 대피에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로 규정하고 지난해 9~11월 사이 서울·부산·충남·충북·경주·포항의 장애인시설·어린이집·종합병원·노인요양병원·산부인과를 이용했던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분석한 ‘대형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거주 시설의 대피시설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사회적 약자의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로 안전한 대피를 보장받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긍정 의견(30%)보다 부정 의견(40.5%)이 많았다. 소규모 시설의 경우 대피수단이 마련돼 있더라도 교육과 훈련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별도의 안전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36%나 됐고 대피방법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32.4%)이 긍정적인 응답(35.1%)만큼 많았다.
지진 피해가 집중됐던 경주·포항의 장애인시설을 조사한 결과 △소규모 시설은 명확한 대피 매뉴얼이나 교육이 없고 △법적 교육의무도 없다는 점 △사회복지사의 이직이 잦아 소방안전계획을 수립하고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산후조리원은 감염 방지를 위해 출입로를 빙빙 돌게 해 놓아 피난 경로가 복잡하다”면서 “엘리베이터를 두 번씩 타고 공간을 격리해 놓아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진행한 충북대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소규모시설은 장비를 갖추기가 어렵고 임대한 건물은 개축에 한계가 있다”면서 “영세한 시설을 중심으로 재난 안전 대비를 위한 시설이나 교육지원을 정부에서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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