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서울대 입학식 축사
차량 전복 사고로 휠체어 생활
“당신의 삶이 나락으로 빠졌을 때 학문이 구원의 손길이 될 것입니다.”
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치러진 2019년도 서울대 입학식에서 이상묵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신입생 6,443명에게 전한 메시지는 명료했다. 공부가, 학문이 자신을 구원했노라는 고백이었다.
어쩌면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말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이 교수였기에 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동료 교수들까지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 교수는 13년 전인 2006년 미국에서 지질조사를 진행하다 차량 전복 사고로 목 아래가 모두 마비됐다. 절망스러웠지만 그 절망을 공부에 대한 몰입으로 이겨냈다. 그는 “책 한 장도 스스로 넘기지 못하지만 보조기구로 읽은 전자 책만 800권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는 별칭도 이 때문에 생겼다. 이날 전동휠체어를 타고 축사자로 입학식 무대에 오른 것도 이런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사고 뒤 “평생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질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삶의 의미를 묻던 그의 곁에 있었던 것이 바로 학문이었다. 이 교수는 “추상적인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진리는 나의 빛’이란 서울대 표어를 인용해 “삶은 우리 인간이 원대한 우주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이해해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오직 진리만이 우리의 앞길을 밝히는 유일한 빛”이라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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