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병원 의료법 개원 기한 어겨
제주도, 허가 취소 청문 절차 돌입
병원측 지난달 ‘내국인 허용’ 소송
승소 땐 허가 취소에 소송 가능성
투자금 800억원 손해배상 등
개원 못해도 법적 다툼 이어질 듯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의료법이 정한 개원 시한 내 문을 열지 못하자 결국 제주도가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허가가 취소되더라도 병원 측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주도가 소송에서 패할 경우 수백억원대의 돈을 물어야 해 영리병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우 도 정무부지사는 4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지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을 지키지 않아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병원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녹지병원은 지난해 12월 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건부 개설 허가를 도로부터 받았고, 의료법에 따라 허가 후 3개월의 개원 준비기간이 부여됐다. 하지만 병원 측은 지난 3개월간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시작 준비를 하지 않아 개원 기한이 3월 4일자로 만료됐다. 현행 의료법 제64조에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같은법 제84조는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등의 의견을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청문 절차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5일부터 청문주재자 선정 및 처분사전통지서(청문실시통지) 교부 등을 거쳐 녹지병원에 대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실시를 위한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청문 절차는 1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또 녹지병원 측이 지난 26일 요청한 개원 기간 연장에 대해서도 거부했다. 이는 병원측이 3개월간 개원 준비 행위도 없고 협의도 거부하다가 개원 시한 만료가 임박해서야 계획을 새로 마련하기 위해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것은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녹지병원 측은 개원 기간 연장을 요청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도 보건건강위생과가 실시한 현지점검에서 담당 공무원의 병원 출입을 제한하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을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진행키로 하면서 정상적인 개원은 무산된 상태다. 다만 녹지병원 측이 지난달 14일 도를 상대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삭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송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의 청문 절차에 따라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가 취소되더라도 행정소송에서 병원 측이 승소할 경우 허가 취소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녹지병원 측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에도 병원 개원 포기에 따른 투자금 800억원가량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법정공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안 정무부지사는 이날 “녹지병원 측이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법률 전담팀을 꾸려 적극 대응하고, 이와 별도로 청문절차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하게 실시할 것”이라며 “녹지병원 측도 허가취소 처분과 관련된 입장이 있다면 앞으로 청문절차 과정에서 의견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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