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억할 오늘] 프란츠 메스머(3.5)

입력
2019.03.05 04:40
30면
0 0
'메스머리즘(최면술)'이란 용어를 낳은 오스트리아 의사 프란츠 메스머.
'메스머리즘(최면술)'이란 용어를 낳은 오스트리아 의사 프란츠 메스머.

프란츠 안톤 메스머(Franz Anton Mesmer, 1734.5.23~1815.3.5)는 최면술을 뜻하는 ‘메스머리즘’이란 용어로 박제된 오스트리아 출신 의사다. 실제 그가 주장한 건 최면술이 아니라 ‘동물 자기(磁氣)설’, 즉 모든 생명체의 체내에는 달의 인력으로 밀물과 썰물이 일 듯 자력의 영향을 받는 유체가 있으며 그 유체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병이 발생한다는 가설이었다. 그는 자기력의 적절한 개입으로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사과학이 으레 그러듯, 그의 의료술도 당시 과학계를 뒤흔든 뉴턴 역학 즉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1687)’를 기괴한 상상력으로 인체에 대입한 거였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가 지니는 보편적 힘으로서의 중력(인력)이 인체 구성물질의 미시 메커니즘에도 작용할 것이라는 가정, 그 원리적 흐름이 흐트러지면 병이 생기고, 그걸 온전히 되돌리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였다.

그는 ‘인체에 미치는 행성의 영향에 대하여’(1766)란 제목의 논문으로 오스트리아 빈 대학 의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년 뒤 한 부유한 과부와 결혼해 생계 노동의 부담을 던 뒤 자신의 이론을 임상적으로 적용해보기 시작했다. 한 정신신경증 환자에게 철 성분의 약제를 먹이고 자석을 몸 구석구석에 대는 방식으로 행한 1774년 실험에서 환자의 히스테리 증상이 몇 시간 동안 현저히 완화되는 등 ‘효과’를 거둔 그는, 약제 없이 인체 자성만으로 효능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환자 입장에서 보자면 그의 치료는 주사나 수술처럼 외과적 처치가 없어 고통도 심리적 부담도 적었다. 당시에도 의료계는 그를 사기꾼이라 여겼지만, 효험을 봤다는 환자들은 줄을 이었다. 그는 1778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고, 엄청난 부와 명성, 적잖은 제자들을 얻었다.

1784년 루이 16세 지시로 메스머 요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시작됐다. 벤자민 프랭클린, 앙투안 드 라부아지에 등 당대의 과학자들이 그 작업에 가담했다. 자기화한 나무를 껴안은 환자의 용태를 관찰하는 실험, 자기화한 물을 마시게 하는 실험 등. 그의 치료법은 허황한 것으로 판명됐고, 사기꾼이 된 그는 강제 출국당해 영국과 이탈리아 등지를 떠돌았다.

대신 의학계는 그 과정을 통해 약에 대한 심리적 의존 현상(위약 효과)과 최면술의 신경심리학적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