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익 지켰다는 점에선 성공”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실패한 회담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페이스더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을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발전시킨다는 의미에서 성공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어 “회담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빅딜’을 북한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를 북한이 받아들이냐, 그렇지 않느냐가 문제였을 뿐, 합의 성사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 “매우 제한적인 양보로, 노후화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의 일부분이 포함됐다”며 “그 대가로 그들은 상당한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대가로 북한에 ‘미래’를 제시한 것이 과거 정부의 핵 협상과 다른 점이라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싱가포르에 이어 이번 하노이에서도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했다. 회담 전날인 지난달 26일 백악관 풀기자단이 공개한 미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의 동승자 명단에 이름이 빠져있어,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 탓에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그가 배제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은 이튿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틀간 논의할 게 많다”고 밝히며 이 같은 추측을 일축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 내에서도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슈퍼 매파’로 분류된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직전엔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진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 이야기를 꺼냈다가 북한의 거센 반발을 샀다. 최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하노이 회담을 결렬시킨 인물로 꼽기도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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