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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 노동자 파업권을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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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 노동자 파업권을 어찌하리오

입력
2019.03.06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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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운전기사ㆍ퀵서비스 등

230만명 노동권 보호법안 추진

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서울 강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B배달대행업체는 음식점들로부터 배달 주문을 받으면 소속 오토바이 배달원(라이더)들이 동시 접속 중인 애플리케이션에 배달 ‘오더’를 띄운다. 선착순으로 기회를 얻은 라이더가 배달한 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배달을 할지 말지 라이더 본인이 결정할 수 있으니 자영업자나 다름 없어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B업체에서 일하는 라이더 소영준(29ㆍ가명)씨는 “업체 측이 라이더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수시로 업무 지휘 감독을 한다”고 말했다. 출근일이 적은 라이더는 출근일이 많은 라이더보다 오더가 개인 앱에 2, 3초 늦게 노출되도록 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라이더의 근태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배달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앱에 접속해 있지 않는 날이 연속 3일 이상이 되는 라이더에게는 ‘퇴사를 하라’고 공개적으로 종용한다.

하지만 소씨는 근로자로서 기본권은 하나도 보장받지 못한다. 소씨는 “장시간 근로 강요, 휴식시간 미보장 등 노동조합을 만들어 개선하고 싶은 과제가 많지만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소씨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230만 특고 보호 필요성 부상

라이더를 비롯해 화물차 운전기사, 방송 구성작가, 퀵서비스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노동자) 수는 230만명(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으로 추산된다. 공유경제와 플랫폼 시장의 발달 등으로 고용 형태가 다변화함에 따라 특고 노동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회에서는 이들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한창이다. 특고 보호법안은 이들에게 파업권을 부여할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한 가지는 특고 노동자를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으로, 지난해말 임이자 자유한국당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있다. 두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각 당을 대표하는 간사들이 낸 법안으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경합이 예상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규모. 그래픽=박구원 기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규모. 그래픽=박구원 기자

◇파업권 인정 여부가 쟁점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특고 노동자의 파업권 인정 여부다. 현행 노조법은 노조의 합법적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이나 형사 처벌 책임을 면제해 준다. 한 의원안에 따르면 앞으로 특고 노동자 노조가 생겼을 때 파업을 하면 일반 노조와 마찬가지로 이런 면책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임 의원안은 특고 노조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있고 파업권은 보장 받지 못한다.

임 의원안에 반대하는 측은 국제 기준에 특고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할 근거가 없고, 만약 파업권이 제한되면 교섭력이 약해져 노조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국제노동기구(ILO)는 우리의 특고 노동자와 같은 개념인 ‘자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며 “결사의 자유는 파업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전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파업권 허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특성도 동시에 가진 특고 노동자의 파업권까지 인정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박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유경제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파업권까지 부여하면 신산업의 활력과 일자리 창출 동력이 꺾일 것”이라며 “일단 교섭권만 부여해 안정적인 교섭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이자 안 뿌리는 참여정부

정부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과제에 ‘특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적어둔 상태다. 한편 임 의원안은 2007년 참여정부가 김진표 당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통해 우회 입법한 법안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인 만큼 현 정부 인사들 중에도 소극적인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 의원안처럼 직종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를 달리 하는 것은 2007년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의 노동 환경과 국제 기준에 비춰 타당한 접근은 아니다”라면서 “특고의 파업권 인정여부는 전세계적으로도 해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가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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