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수(45) 청주 KB스타즈 감독은 3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KEB하나은행과 홈 경기를 앞두고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 이상 아산 우리은행의 ‘대항마’가 아닌 1인자로 우뚝 설 수 있는 이 날 “긴장이 많이 된다”고 했던 안 감독은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고 우승 축포가 터진 뒤에야 마침내 환하게 웃었다.
KB스타즈가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7연패를 저지하고 창단 첫 단일 정규리그 우승에 입맞춤했다. 71-65로 승리한 KB스타즈는 27승 6패를 기록, 우리은행(25승 8패)과 격차를 2경기로 벌리며 남아 있는 매직넘버 ‘1’을 지우고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1위를 확정했다. 2006년 여름리그 이후 13년 만이며 여자농구가 단일리그로 치러진 2007~08시즌 이후 첫 우승이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2년 연속이자 통산 6번째다. 안 감독 개인으로는 일본 규슈산업대 4학년이던 1996년 이후 첫 우승이다. 2016년 KB스타즈의 사령탑 제의를 받고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무대에 데뷔한 그의 이름은 생소했다. 안 감독은 1997년 프로농구 서울 삼성에 입단했지만 한 시즌만 뛰었고, 2000년 은퇴 이후엔 대학농구연맹 사무국장을 지냈다. 그리고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가 샹송화장품 여자농구팀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무명 초보’ 감독은 KB스타즈 부임 3년 만에 일을 냈다. 첫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2017~18시즌 챔프전 진출, 그리고 이번 시즌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다.
안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팀이 안 좋았을 때 다시 차고 나갈 수 있는 13연승이 있었고, 그 중 우리은행 등 강팀을 이길 때 우리에게도 희망이 보인다 생각했다”고 돌아본 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고, 코치 등 모두에게 고마움이란 단어가 모자랄 정도”라고 자세를 낮췄다.
안 감독은 부임과 함께 ‘슈퍼루키’ 박지수(21)를 얻는 행운을 얻었고, 구단은 아낌없는 투자로 현장을 지원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염윤아(32)를 자유계약선수(FA)로 데려왔다. 외국인선수 카일라 쏜튼(27) 역시 KB스타즈 유니폼을 입고 이번 시즌 득점 1위(21.6점)로 공격의 선봉에 섰다. 주장 강아정(30)을 비롯해 가드 심성영(27)과 벤치 멤버인 김민정(25), 김진영(23), 김가은(29) 등 기존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돼 탄탄한 선수층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경험하고 온 박지수가 블록슛 1위(1.88개), 리바운드 2위(11.69개)를 기록하는 등 국내 최고의 센터로 성장한 것이 큰 원동력이다.
박지수는 “좀 불만인 게, 버저가 울렸으면 선수들이 “와~” 하고 달려오면 좋겠는데 그냥 걸어 나오더라. 우승을 안 해봐서 몰랐다. 울지 않았는데, 챔피언결정전서 우승하면 울 것 같다. 얼떨떨하다"라고 우승 순간을 떠올렸다. WNBA 경험에 대해서도 “시즌 초반에 몸이 너무 안 된 상태라 '미국에 괜히 갔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은 잘 나가는데 내가 못하니까 속상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KB스타즈는 우리은행, 용인 삼성생명 중 플레이오프 승자를 상대로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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