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8ㆍ스위스)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통산 100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또 한 차례 진기록을 남겼다. 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ATP 투어 두바이 듀티프리 챔피언십(총상금 273만6,845달러) 대회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1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ㆍ그리스)를 2-0(6-4 6-4)으로 제압한 페더러는 “100번째 우승까지 길고도 아름다운 여정이었고, 나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이룰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고향인 스위스 바젤에서 통산 99번째 우승을 차지한 페더러는 이후 세 차례 대회에 출전했으나 100번째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하다가 이번 대회에서 '100회 우승 클럽'에 가입했다. 이날 페더러의 결승 상대 치치파스는 페더러보다 무려 17살 어린 신예지만 올해 1월 호주오픈 16강에서 페더러를 3-1(6-7<11-13> 7-6<7-3> 7-5 7-6<7-5>)로 물리치며 파란을 일으킨 선수다. 40여일 만에 다시 치치파스와 마주 선 페더러는 이번에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단 한 차례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며 불과 1시간 10분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ATP 투어는 이날 페더러의 우승이 확정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숫자로 돌아본 100번째 우승 여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숫자 ‘1’은 페더러의 100번째 우승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 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ATP 투어 단식에서 100회 이상 거둔 선수는 지미 코너스(67ㆍ미국) 단 한 명이었다. 페더러는 이제 코너스가 기록한 최다 우승(109회) 기록에도 한 발씩 다가서고 있다. 코너스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 동안 외로웠는데 드디어 동반자가 생겼다”며 “세 자릿수 우승 클럽에 온 페더러를 축하한다”고 인사했다.
페더러는 그간 세계랭킹 1위와 결승 대결에서 이겨 차지한 우승만 5차례였으며, 첫 세트를 내준 뒤 승부를 뒤집어 우승컵을 들어올린 기록도 15차례나 있었다. 총 19개의 나라, 31개의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려 100번을 채웠다는 흥미로운 기록도 있다. 이 과정에서 총 35차례나 타이틀을 방어하기도 했다. 그의 최전성기는 20대 초ㆍ중반인 2003년부터 2006년까지였다. 2004년과 2005년에 연달아 11번씩 우승한 페더러는 2006년 12차례나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또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는 결승전 24연승을 내달리며 황제다운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100회 우승 가운데 메이저 우승도 무려 20차례나 포함돼 있었다. 고향인 스위스 바젤과 독일 할레 대회에선 9번씩 정상에 오르며 최다 타이틀 기록을 세웠고, 하드 코트에서 69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잔디 코트(18회), 클레이코트(11회)에 비해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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