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이미지 전파했지만 ‘하노이 선언’ 안 나와 빛 바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빈손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회담 무대를 제공한 베트남은 손익 계산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으로 분분한 모습이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 1일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짧은 준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회담 준비와 완벽한 안전, 경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베트남엔 큰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은 이번 회담을 통해 개혁과 국제통합에서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홍보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도 이날 ‘북미회담의 승자는 베트남?’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세계 250여개 언론들이 모여 베트남을 몰려들어 경제성장과 문화를 홍보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노이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선 포(쌀국수)와 분짜 등이 무료로 제공돼 베트남 음식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또 오수용 경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리수용 외교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 간부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할롱베이를 방문한 데 이어 하이퐁에 있는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생산업체인 빈패스트 공장을 방문한 것도 외신에 집중 보도됐다. 베트남으로선 유명 관광지와 개혁개방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자국 경제를 홍보하는 좋은 계기가 된 셈이다.
앞서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무대였던 싱가포르는 1,630만싱가포르달러(약 134억원)를 개최 비용으로 지출했으나, 약 6,300억원에 이르는 홍보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로 산출되진 않았지만, 싱가포르에 비해 저렴한 베트남의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지출 대비 홍보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북미 정상의 ‘하노이 선언’이 채택됐다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평화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확실히 구축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적지 않다. 실제로 현지에선 소기의 목적 달성엔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지 언론의 한 기자는 “하노이 선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이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었고 공안, 군인 등 수십만명이 동원돼 행사를 준비한 것을 감안하면 손실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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