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광명, 하남 등 지난해 서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경기 주요 지역의 부동산 시장 열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 경기 지역 전체 주택 거래량도 6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이달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의 40% 이상이 경기 지역에 집중돼 시장이 상당 기간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지역 부동산 거래량은 6,025건으로 지난해 2월 1만3,205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2013년 7월의 5,763건 거래 이후 5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별 거래량 감소율(전년 동월 대비)을 보면 과천(-94.0%), 성남(-92.2%), 광명(-89.0%), 의왕(-79.3%), 하남(-78.7%), 용인(-76.5%), 안양(-75.4%), 구리(-67.9%) 순으로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 이 지역은 대부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과천ㆍ광명ㆍ하남시와 성남시 분당구는 투기과열지구, 구리시와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ㆍ기흥구는 조정대상지역이다. 규제지역은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지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합원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거래 문턱이 높아져 매매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분양 가구 수도 증가했다. 지난 1월 경기 지역 미분양 가구 수는 전월보다 1,801가구 증가한 6,769가구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달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5만1,009가구로 전월보다 1,510가구 줄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것 또한 경기 지역 부동산 시장에 부담을 준다. 이달 전국에서 입주 예정인 3만6,115가구 중 약 43.2%에 해당하는 1만5,610가구가 경기에 분포한다. 서울의 입주 예정 물량(1,669가구)의 10배에 가깝다. 특히 용인과 화성에는 1,000가구 이상 규모의 대단지 입주가 줄지어 예고돼 있다. 인천ㆍ경기 아파트 입주율은 지난해 말 84.0%에서 지난 1월 82.2%로 떨어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경기 지역은 올해 약 11만가구의 신규 입주가 예정돼 있어 공급 과잉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그간 가격 상승을 주도한 지역이나 입주 물량이 쏠린 지역을 중심으로 연내 약보합 또는 조정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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